섣달 그믐날에 유감이 있어 6수 除夜有恨【六首】 젊었을 때 시서를 읽어 뜻을 세움이 높아 少讀詩書立志高힘써 성현을 기약하며 노고를 사양치 않았네 勉期賢聖不辭勞무딘 자질로 쇠 녹이기 어렵다는 걸 누가 알랴 孰知頑質難融鐵작은 사욕을 칼로 끊어내지 못해 더욱 탄식하네 更歎纖私未斷刀슬픈 마음에 평소 허물과 후회만 쌓여가고 心悼平生尤悔積오묘한 도에 미혹 당해도 시종일관 조리있네 見迷妙道始終條올해 또 헛되이 세월이 지나가니 今年又是虛過矣쉰세 살의 나이가 내일 아침이로세 五十三齡在翌朝의로운 가르침으로 당년에 높이 출세했으니 義敎當年出世高두터운 은혜는 구로에 있을 뿐만 아니네 厚恩不但在劬勞지금까지 기대를 짊어져 옥처럼 만들었는데341) 迨玆負望成如玉지난날 부모상에 애통함은 칼로 베는 듯했네 念昔丁憂痛割刀행장은 겨우 이루어졌으나 정본이 더디고 實狀纔成遲定本무덤342)에 안장하니 막막하여 조리가 없었네 佳城永厝漠無條올해도 또 헛되이 세월이 지나가니 今年又是虛過矣밤새도록 잠 못 들어 앉아서 아침을 기다리네 竟夜難眠坐待朝생업을 패망시켰으니 죄가 높다고 말하지만 敗殘産業罪云高부친 조부가 집터 잡은 것도 이미 수고로웠네 父祖基廬亦旣勞모욕 당함은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쓴 것과 같고 見侮羞如蒙穢物상심하고 애통함은 예리한 칼로 자른 듯했네 傷心痛若刺銛刀새로 도모해 어찌 이전의 기량을 완전케 하겠는가마는 圖新那得完前器뿌리 북돋아주면 끝내 가지가 멀리 뻗음을 보리라 培本終看達遠條세상은 어지럽고 도가 궁해졌을 뿐이니 世亂道窮而已矣거의 깜깜한 밤에 맑은 아침을 기다리는 것과 같네 殆同黑夜望淸朝백년토록 우러러 볼 높은 구산343)이여 百年仰止臼山高모함을 밝게 배척하느라 노고를 꺼리지 않았네 明斥陰誣不憚勞근본을 어지럽혔다고 어찌 서책을 불태우랴 亂本那將書付火손수 쓴 원고를 목판에 새기지 못해 유감이네 手稿恨未梓刋刀일찍이 경서를 해설하니 근본과 말단을 알겠고 曾經說去知源委많은 변론을 편찬하니 줄기와 가지를 보겠네 衆辨編來見幹條또 이렇게 올해도 헛되이 세월을 보냈으나 又是今年虛度矣이런 일이 없었다면 분명 맑은 조정이 되었으리 有無此事了淸朝사람의 집에서 높은 집안의 명성을 얻으려고 人家欲得家聲高자손을 착하게 가르치며344) 사랑으로 위로했네 式穀兒孫用愛勞예교의 남은 풍도는 쓸모없는 것345) 되었고 禮敎遺風歸土苴이익에 끌리는 말속은 사소한 것346)도 다투네 利拏末俗競錐刀만약 초학자가 그 뿌리를 배양하지 않는다면 如無初學培其本어찌 앞으로 그 가지가 뻗어가기를 바라겠는가 那望前頭達厥條이런 일은 지금과 같이 할 따름이니 此事如今而已矣한갓 삼대 성왕의 조정을 그리워할 뿐이네 徒思三代聖王朝큰 내는 어디에 있으며 또 산은 높은가 大川何處又山高중국의 장대한 경관은 노고 잊게 할 만하네 壯觀中州可忘勞신령함이 모인 노추347)는 성현의 집이요 靈萃魯鄒賢聖宅푸른 놀이 낀 연조348)는 협객들의 칼이네 霞靑燕趙俠流刀안목이 넓어지면 글은 기세가 창대해지고 藉寬眼孔文昌氣인정에 두루 통하면 이치에 조리가 있네 傍達人情理有條이제 그만이로다 때가 다르고 길은 험난하니 時異路難今已矣공연히 늘어난 흰 귀밑머리만 내일아침에 보겠네 空添雪鬢見明朝 少讀詩書立志高, 勉期賢聖不辭勞.孰知頑質難融鐵? 更歎纖私未斷刀.心悼平生尤悔積, 見迷妙道始終條.今年又是虛過矣, 五十三齡在翌朝.義敎當年出世高, 厚恩不但在劬勞.迨玆負望成如玉, 念昔丁憂痛割刀.實狀纔成遲定本, 佳城永厝漠無條.今年又是虛過矣, 竟夜難眠坐待朝.敗殘産業罪云高, 父祖基廬亦旣勞.見侮羞如蒙穢物, 傷心痛若刺銛刀.圖新那得完前器? 培本終看達遠條.世亂道窮而已矣, 殆同黑夜望淸朝.百年仰止臼山高, 明斥陰誣不憚勞.亂本那將書付火? 手稿恨未梓刋刀.曾經說去知源委, 衆辨編來見幹條.又是今年虛度矣, 有無此事了淸朝.人家欲得家聲高, 式穀兒孫用愛勞.禮敎遺風歸土苴, 利拏末俗競錐刀.如無初學培其本, 那望前頭達厥條?此事如今而已矣, 徒思三代聖王朝.大川何處又山高? 壯觀中州可忘勞.靈萃魯、鄒賢聖宅, 霞靑燕、趙俠流刀.藉寬眼孔文昌氣, 傍達人情理有條.時異路難今已矣, 空添雪鬢見明朝. 옥(玉)처럼 만들었고 온갖 역경을 겪음으로 인하여 훌륭한 인격을 이루게 됨을 비유하는 말이다. 장재(張載)의 서명(西銘)에 "가난하고 천함과 근심 걱정은 너를 옥처럼 갈고 닦아서 훌륭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貧賤憂戚, 庸玉汝於成也.〕"라는 말이 나온다. 무덤 원문의 '가성(佳城)'은 무덤을 뜻한다. 한(漢)나라 등공(滕公)이 말을 타고 가다가 동도문(東都門) 밖에 이르자 말이 울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발로 오랫동안 땅을 굴렀다. 사졸(士卒)을 시켜 땅을 파 보니 깊이 석 자쯤 들어간 곳에 석곽(石槨)이 있고, 거기에 "가성(佳城)이 울울(鬱鬱)하니, 삼천 년 만에야 해를 보도다. 아! 등공이여, 이 실(室)에 거처하리라." 하는 글이 새겨져 있었는데, 등공이 죽은 뒤에 이곳에 묻혔다고 한다. 《西京雜記 卷4》 구산(臼山) 간재(艮齋) 전우(田愚)의 별호이다. 착하게 가르치며 원문의 '식곡(式穀)'은 자식을 착한 데로 인도한다는 뜻이다. 《시경》 〈소완(小宛)〉에 "언덕 가운데의 콩을 서민들이 거두어 가는 것처럼, 명령의 새끼를 과라가 업어 데리고 가서 키우니, 그대도 아들을 잘 가르쳐서, 좋은 방향으로 닮도록 하라.[中原有菽, 庶民采之, 螟蛉有子, 蜾蠃負之, 敎誨爾子, 式穀似之.]"라고 하였다. 쓸모없는 것 원문의 '토저(土苴)'는 오물과 풀을 말하는 것으로, 모두 쓸모없는 사물을 비유하는 말이다. 《장자(莊子)》 〈양왕(讓王)〉에 "참된 도로 몸을 다스리고, 그 나머지로 국가를 다스리고, 그 찌꺼기로 천하를 다스린다.[道之眞以治身, 其緒餘以爲國家, 其土苴以治天下.]"라는 말이 나온다. 사소한 것 원문의 '추도(錐刀)'는 작은 칼의 뾰족한 끝으로, 장부(帳簿)를 기재할 때 사용하는 도필(刀筆)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자잘한 이익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노추(魯鄒) 추로(鄒魯)로도 많이 쓰이는데 노(魯)나라는 공자(孔子)의 고국이고, 추읍(鄒邑)은 맹자(孟子)의 고향이므로 대개 공자와 맹자를 뜻한다. 연조(燕趙) 전국 시대의 연(燕)나라와 조(趙)나라로, 예로부터 비분강개하는 호걸들이 많이 나온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