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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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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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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정 선생 조공찬 병서 老稼亭先生曺公贊【幷序】 여양(汝陽)에는 옛날 독행의 선비가 있었으니, 노가(老稼) 선생 조공(曺公)이 그 사람이다. 나는 근방의 후생으로 높은 산처럼 우러른 것이 지금 40년이 되었다.기축년(1889, 고종26) 여름 그의 손자 회계옹(晦溪翁)100)이 선생의 유장(遺狀)을 가지고 벽산(碧山)의 숙소로 나를 방문하여 보여주었다. 삼가 살펴보니, 선생은 평소에 독서는 실천을 위주로 하고 실천은 어버이 섬기는 것을 우선으로 삼았다. 근본이 확립되어 도가 생겨나 차례로 확충하였는데 한마디 말과 한 가지 행실이 순수하여 법도 가운데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성대한 덕과 지극한 행실은 전날 사우들의 입을 통해 들은 것과 더불어 부절을 맞춘 것 같았고 그 시종의 섬세한 것은 더욱 상세하였다. 회계옹의 문학과 명망이 세상에서 추중 받는 것은 어찌 유래한 바가 없이 그러하겠는가. 《시경》〈대아(大雅) 기취(旣醉)〉에 "군자가 효자를 두었도다.[君子有孝子]"라고 하였고, 《주역》〈박괘(剝卦) 상구(上九)〉에 "큰 과일은 먹히지 않는다.[碩果不食]"라고 하였으니, 어찌 훌륭하지 않은가.찬(贊)은 다음과 같다.은거하여 효성으로 봉양함에 隱居孝養상제의 법칙 힘써 따랐네 勉循帝則물고기 잡고 나무하며 농사지어 漁樵耕稼숙수101)가 끊이지 않았네 菽水不絶지극한 정성이 감응하는 바에 至誠攸感하늘이 상서를 내리네 天翁生祥하루의 봉양을 一日之養삼공과 바꾸지 않네102) 不換三公광채를 숨겨 베풀지 않았지만 潛光不施여풍은 사람에게 남아있네 餘風在人많은 사람들의 칭송 쇠하지 않아 輿誦不衰후백이 서로 천거하네 侯伯交薦포증하는 일명이 貤褒一命돌아가신 뒤에 더욱 융숭하네 身後彌隆서석산103) 남쪽에 瑞石之陽여수가 넘실거리네 汝水洋洋물가에 한 언덕 있으니 濱有一邱화목이 무성하네 有亭瀟灑선생께서 지내시던 곳이네 先生遺庄노가라 편액을 걸었으니 揭以老稼은미한 뜻 더욱 드러나네 微意愈彰후손이 아름다움 계승하여 有孫趾美문과 담장이 공허하지 않네 門墻不空나의 숙소로 방문하여 過我旅榻유문을 보여 주네 示以遺文두 손으로 받들어 장엄하게 읽어보니 雙擎莊讀글자마다 전훈이네 字字典訓생전에 미처 뵙지 못한 것 한스러우니 恨不及時이것을 보고 스스로 힘쓰네 鑑此自勵실추시킨 고아가 失墜孤苦슬피 눈물 흘린들 어찌 쫒을 수 있으랴 哀霣曷追아, 너희 후생들은 嗟爾後生이 유장을 보아라 視此遺狀한마디가 하나의 약석이니 一言一藥어찌 공경한 마음 일으키지 않으랴 曷不起敬 汝陽古有篤行士。老稼先生曺公其人也。余以傍近後生。高山仰止。爲四十年于玆矣。己丑夏。其孫晦溪翁。持先生遺狀。過余於碧山旅舍而示之。謹覵先生。平日讀書以踐履爲主。踐履以事親爲先。本立道生。次第充拓。而一言一行粹然。無不出於規矩繩墨之中。其盛德至行。與前日得於士友之口者。如合左契。而其始終纖悉。則爲加詳矣。晦溪翁之文學聲望。見重於世者。豈無所自而然耶。詩曰。君子有孝子。易曰。碩果不食。曷不偉哉。贊曰。隱居孝養。勉循帝則。漁樵耕稼。菽水不絶。至誠攸感。天翁生祥。一日之養。不換三公。潛光不施。餘風在人。輿誦不衰。侯伯交薦。貤褒一命。身後彌隆。瑞石之陽。汝水洋洋。濱有一邱。花木蔥籠。有亭瀟灑。先生遺庄。揭以老稼。微意愈彰。有孫趾美。門墻不空。過我旅榻。示以遺文。雙擎莊讀。字字典訓。恨不及時。鑑此自勵。失墜孤苦。哀霣曷追。嗟爾後生。視此遺狀。一言一藥。曷不起敬。 회계옹(晦溪翁) 조병만(曺秉萬, 1829~1895)을 말한다. 자는 흠일(欽一), 호는 회계(晦溪), 본관은 창녕(昌寧)이다. 전라도 화순에 살았던 유학자로 흥선대원군이 실세하여 직곡산장(直谷山莊)으로 은퇴하자 1875년(고종12) 대원군을 고종이 직접 모셔와야 한다는 상소를 올려 위리안치되었다. 저서로는 《회계집》이 있다. 숙수(菽水) 콩죽과 맹물이라는 뜻으로, 가난하지만 효자가 어버이를 극진하게 봉양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자로(子路)가 집안이 빈궁해서 효도를 제대로 행하지 못한다고 탄식하자, 공자가 "콩죽을 끓여 먹고 맹물을 마시더라도 기쁘게 해 드리는 일을 극진히 행한다면, 그것이 바로 효이다.[啜菽飮水盡其歡, 斯之謂孝.]"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禮記 檀弓下》 하루의……않네 왕안석(王安石)의 시 〈송교집중수재귀고우(送喬執中秀才歸高郵)〉에 "고인이 하루 동안이라도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삼공의 벼슬과도 바꾸지 않았네[古人一日養, 不以三公換.]"라고 하였다. 서석산(瑞石山) 무등산(無等山)을 말한다. 호남정맥의 중심 산줄기이자,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진산이다. 소백산맥에 솟아 있으며, 산세가 웅대해 성산으로 알려져 있다. 백제 때는 무진악, 신라 때는 무악, 고려 때는 서석산, 그밖에 무정산·무당산·무덕산 등으로도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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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정찬 병서 枕潄亭贊【幷序】 천지 일종의 청수(淸秀)한 기(氣)가 흐르고 솟아 명산(名山)과 호수(好水)가 되고, 배태하여 일인(逸人)과 달사(達士)가 된다. 일인과 달사가 명산과 호수를 만나면 그 취미가 합하는 것은 비록 관포(管鮑)의 교분104)이라도 그 뜻을 넘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만나면 반드시 올라 임해보고, 올라 임해보는 것이 부족하면 반드시 거닐어보고 거닐어보는 것이 부족하면 반드시 그 땅에 나아가 정자를 지어 마치 장차 거기서 몸을 마칠 것 같이 한다.호남에 금오산(金鰲山)105)이 있으니, 대개 남쪽 지방의 승구(勝邱)이다. 중고에 향 선생(鄕先生) 팔우(八愚) 홍공(洪公)106)이 일찍이 이곳에서 장수유식(藏修遊息)107)하였다. 선생은 일찍 세상을 경륜하고 백성을 구제할 뜻을 품었으나 결국 등용되지 못하였고, 뜻을 얻은 것은 오직 이 한 구역 수석(水石)일 뿐이었다. 지극한 정은 무정(無情)에 있고, 지극한 맛은 무미(無味)에 있어 여기에서 잠자고 양치하면서 그저 여생을 마쳤다. 오호라! 흥폐(廢興)는 일정하지 않고 유무(有無)는 서로 바뀌니, 사람과 정자는 볼 수 없으나 오직 바위에 걸린 구름, 고개 위의 달, 시냇가의 새, 강가의 원숭이가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옛날을 회상하며 다하지 않는 정을 갖게 한다.을유년(1885, 고종22) 봄에 6대손 채주(埰周) 씨108)가 여러 종친들과 도모하여 옛터의 조금 북쪽에 나아가 중건하여 한 번 새롭게 하였으니, 그 계술(繼述)109) 긍구(肯構)110)의 지극한 뜻에서 나온 것은 또 산수를 만난 것 때문만이 아니다. 어진 주인을 만난 것은 금오산의 다행이고, 어진 자손을 만난 것은 침수정의 다행이다. 나는 비록 불민하지만 우선 금오산을 위해 축하하고 이어서 침수정을 위해 축하한다.찬(贊)은 다음과 같다.금오산 아래는 維鰲之下홍씨의 토구111)이네 洪氏菟裘초연히 멀리 떠나 超然遐擧조용히 수양하는 것에 힘썼네 俛焉潛修정자가 황폐해 진 지 이에 오래 되었으니 亭廢斯久후손들이 도모하였네 雲仍是圖이미 정자를 지어 旣肯其構그 도모를 전술할 것 생각하네 思述厥謨종족을 모아 기뻐하고 合族懽忻벗을 불러 절시112)하였네 聚友切偲강습에 과정이 있고 誦習有程가곡113)을 때로써 하네 歌哭以時감화가 미친 곳에 濡染攸曁종유하니 또한 영광일세 從遊亦榮오호라! 세세토록 嗚乎世世그 명성 실추시키지 말지어다 無替厥聲 天地一種淸秀之氣。流峙而爲名山好水。胚胎而爲逸人達士。以逸人達士而遇名山好水。則其趣味之合。雖管鮑之契。不足以兪其意。是以。遇之必登臨焉。登臨之不足。必徜徉焉。徜徉之不足。必卽其地結其亭。若將終身焉。湖之陽有金鰲山。蓋南方勝邱也。中古鄕先生八愚洪公。嘗藏修於此。先先夙抱經濟。竟不見用。而所以相得。惟此一區水石。至情在於無情。至味在於無味。枕焉潄焉。聊以卒歲。嗚乎。廢興不常。有無相禪。人與亭不可得見。而惟有巖雲嶺月。溪鳥江猿。令人有懷古不盡之情。歲乙酉春。六代孫埰周氏。謀與諸宗。就舊址之稍北。重建而一新之。其出於繼述肯構之至意者。又不但爲山水之遇而已也。遇賢主人。金鰲山之幸也。遇賢子孫。枕潄亭之幸也。余雖不敏。先爲金鰲山賀。繼以爲枕潄亭賀。贊曰維鰲之下。洪氏菟裘。超然遐擧。俛焉潛修。亭廢斯久。雲仍是圖。旣肯其構。思述厥謨。合族懽忻。聚友切偲。誦習有程。歌哭以時。濡染攸曁。從遊亦榮。嗚乎世世。無替厥聲。 관포(管鮑)의 교분 춘추 시대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의 우정을 말한다. 《열자(列子)》 〈구명(九命)〉에 "관중이 일찍이 탄식하기를 '내가 젊어서 곤궁했을 때 포숙과 장사를 하였는데 내 몫으로 많이 이익을 취해도 포숙은 나를 욕심 많다고 하지 않았으니 이는 내가 가난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나를 낳아 준 분은 부모요,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하였다."라고 하였다. 금오산(金鰲山) 전라남도 화순군 한천면에 위치해 있는 용암산(聳岩山, 547m)의 옛 이름이다. 용암산이라는 이름은 솟을 용(聳)과 바위 암(岩)자인데, 원래는 산위의 샘에 금자라[金鰲]가 있다고 하여 금오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또 '산 정상에 용암이 솟아오르듯 솟은 바위가 있다'고 하여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향 선생(鄕先生) 팔우(八愚) 홍공(洪公) 홍경고(洪景古, 1645~1699)를 말한다. 호는 팔우, 본관은 풍산(豊山)이다. 장수유식(藏修遊息) 《예기》 〈학기(學記)〉에 "군자는 학문에 대해서 학교에 들어가서는 학업을 닦고, 학교에서 물러나 쉴 때는 기예를 즐긴다.[君子之於學也, 藏焉修焉息焉游焉.]"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장(藏)은 늘 학문에 대한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이요, 수(修)는 방치하지 않고 늘 익히는 것이다. 식(息)은 피곤하여 쉬며 함양하는 것이고, 유(遊)는 한가하게 노닐며 함양하는 것이다. 채주(埰周) 씨 홍채주(洪埰周, 1834~1887)를 말한다. 자는 경좌(卿佐), 호는 봉남(鳳南)이다. 계술(繼述) 조상의 하던 일이나 뜻을 끊지 아니하고 이어 가는 것을 말한다. 긍구(肯構) 긍당긍구(肯堂肯構)의 준말이다. 기꺼이 집터를 닦고 집을 짓는다는 뜻으로 아버지의 사업을 아들이 잘 계승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서경》 〈주서(周書) 대고(大誥)〉에, "아버지가 집을 지으려 작정하여 이미 그 규모를 정했는데도 그 아들은 당(堂)의 터도 만들려고 하지 않으니 하물며 기꺼이 건물을 만들려고 하겠는가.[若考作室, 旣底法, 厥子乃弗肯堂, 矧肯構?]"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토구(菟裘) 춘추 시대 노 은공(魯隱公)이 왕위에서 물러나 노년을 보내려고 한 곳인데, 전하여 은거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春秋左氏傳 隱公11年》 절시(切偲) 절절시시(切切偲偲)의 준말이다. 절절은 간곡하고 지극한 것이고, 시시는 자상하고 부지런한 것으로, 붕우 간에 강마하고 권면하는 모양을 형용한 말이다. 자로가 공자에게 어떠해야만 선비라고 할 만한가를 묻자, 공자가 답하기를 "간곡하고 지극하며 자상하고 부지런하며 화락하면 선비라고 이를 만하다.[切切偲偲, 怡怡如也, 可謂士矣.]"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論語 子路》 가곡(歌哭) 신령에게 노래하고 곡(哭)을 하는 것이다. 《주례》 〈춘관종백(春官宗伯)〉에 "나라에 큰 재앙이 있으니 노래와 곡을 하기를 청합니다.[凡邦之大烖 歌哭而請]"라고 하였는데, 정현의 주(注)에 "노래하는 자가 있고, 곡을 하는 자가 있는 것은 슬픔으로써 신령을 감동시키고자 한 것이다.[有歌者, 有哭者, 冀以悲哀感神靈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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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보름밤에 九月望夜 달이 아주 둥근 보름에 국화가 막 피니 月正圓輪菊發初중구일이 마침 조금 지난 때라오 時當重九適過餘부슬비에 먼지 씻겨 일천 산이 깨끗하고 塵晴小雨千山淨된서리에 잎 떨어져 일만 나무 성글구나 葉脫嚴霜萬木疏가을 경치 참으로 유람하며 즐길 만하고 秋景正堪遊賞樂산 사람 또 조용히 거처함을 좋아한다오 山人且喜自幽居맑고 진솔한 의미를 누가 알 수 있으랴 淸眞意味誰能識빈 창가에 조용히 앉으니 노승 같구나 靜坐空窓老釋如 月正圓輪菊發初, 時當重九適過餘.塵晴小雨千山淨, 葉脫嚴霜萬木疏.秋景正堪遊賞樂, 山人且喜自幽居.淸眞意味誰能識? 靜坐空窓老釋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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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양절 초당에 홀로 앉다. 주자의 시에 차운하다 重陽日 草堂獨坐 次朱子韻 적적한 초당 중구일에 寂寂草堂重九時대문 나섰는데 함께 돌아갈 이 없네 出門無與可同歸술을 사서 가절에 보답할 필요 없으니 不須沽酒酬佳節병든 몸 이끌고 석양빛 대하며 스스로 웃네 自笑扶疴對晩暉축 늘어진 정원의 솔은 푸른 빛이 문을 덮고 落落園松靑遮戶우뚝 솟은 창가의 국화는 향기가 옷에 스미네 亭亭窓菊馥沾衣내 마음 아는 것은 되려 정 없는 물건이니 知心却在無情物은자를 이끌어 움직이매 흥이 적지 않아라 惹動幽人興不微 寂寂草堂重九時, 出門無與可同歸.不須沽酒酬佳節, 自笑扶疴對晩暉.落落園松靑遮戶, 亭亭窓菊馥沾衣.知心却在無情物, 惹動幽人興不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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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양절 다음날에 전연심61) 어른, 벗 김정재 및 과암과 읊다 重陽翌日 與田丈鍊心金友貞齋及果菴吟 달빛 가득한 하늘에 뜰 국화가 꽃 머금으니 庭菊留花月滿天올해도 또 중양의 가절이 찾아왔구나 重陽佳節又今年빈산에서 고아한 모임을 정답게 가지고 穩成雅會空山裡흘러가는 물에 진세의 인연을 모두 맡겼네 都付塵緣逝水邊오직 평생토록 상전벽해의 눈물 있으니 惟有平生桑海淚혹시 깨면 어느 곳 초당에서 잠들거나 倘醒何處草堂眠밤 깊도록 이별 아쉬워하며 술통 다 비웠으니 夜深惜別樽醪盡훗날 서신 전하며 멀리 떨어지지 마세나 他日相魚莫越燕 庭菊留花月滿天, 重陽佳節又今年.穩成雅會空山裡, 都付塵緣逝水邊.惟有平生桑海淚, 倘醒何處草堂眠?夜深惜別樽醪盡, 他日相魚莫越燕. 전연심(田鍊心) 전희순(田煕舜)을 가리킨다. 전우(田愚)의 《간재집(艮齋集)》과 김택술의 《후창집(後滄集)》에 그와 주고받은 편지가 다수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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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기 松汀記 송정(松汀) 주인은 내가 만년에 사귄 벗이다. 하루는 나를 방문하여 말하기를 "흘러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어 갑자기 이렇게 몽범(濛氾)215)에 이르러 같은 연배의 벗들은 쓸쓸히 신성(晨星)216)이 되어 벗들과 헤어져 홀로 지내 외롭고 쓸쓸하여 매우 무료한데, 오직 손수 심은 시냇가 한 그루 소나무가 있어 이것이 60년 동안의 오랜 벗일 뿐이네. 날마다 그 아래에 가서 배회하며 읊조림에 애석한 마음이 오랠수록 더욱 지극하니, 청컨대 그대가 기문을 지어주시게."라고 하기에 내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소나무는 주인과 오랜 교분이 있고 주인은 나와 만년에 친분을 맺었으니, 새롭고 오램이 같지 않아 아는 것에 천심(淺深)이 있는데, 내가 어찌 그 사이를 엿 보아 한마디를 도울 수 있겠는가. 비록 그러하나 일찍 주인으로 하여금 향기로움을 탐하고 번화함을 사모하여 심은 것이 평범한 화훼나 한가로운 초목이었다면 아침저녁으로 모습을 달리하고 봄가을로 빛깔을 바꾸어 잊어버리는 영역에서 주인을 저버림이 오래되었을 것이니, 어찌 능히 오늘날이 있겠는가. 오직 심은 것이 소나무이기 때문에 정정하게 빼어나고 울창하게 푸르러 천겁을 지나도록 세한에 서로 지키는 마음은 일찍이 하루도 옮긴 적이 없으니, 여기에서 주인이 교유를 선택한 뜻과 소나무가 주인을 저버리지 않음이 또한 두터움을 볼 수 있다.주인이 효우(孝友)와 가학[詩禮]으로 알려진 것은 젊었을 때부터 이미 그러하였다. 보건대 지금 백발이 살쩍을 덮어 엄자산(崦嵫山)217)의 남은 햇살이 빠르게 저물어가니, 이것은 백년 인생의 가을쯤이 아니겠는가. 평소의 마음을 자주 돌아보고 더욱 만년의 절개에 힘쓰기를 마치 위 무공(衛武公)218)과 거원(蘧瑗)219)이 했던 것처럼 하여 나의 성망(聲望)과 풍운(風韻)을 온 세상이 막힌 가운데 우뚝이 세운다면 주인이 소나무를 저버리지 않음이 어찌 소나무가 주인을 저버리지 않음만 못하겠는가.나는 떡갈나무 같은 하찮은 사람이라 비록 소나무와 벗하려 해도 소나무가 반드시 벗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니, 혹 친구의 친구라는 것으로 한 자리 남은 그늘을 빌려 주시겠는가? 松汀主人。余晩年友也。一日過余曰。叵耐歲月。遽此濛氾。年輩知舊。落落晨星。離索踽涼。殊無了聊。而惟有手植澗畔一株松。是六十年舊契耳。日往其下。盤桓吟哦。愛惜之心。久而愈至。請吾子爲之記也。余曰。松於主人爲舊交。主人於余爲晩契。新舊不同。知有淺深。余何以窺其際而贊一辭乎。雖然。早使主人耽芬芳慕繁華。所植是凡卉閒木。則其朝暮異態。春秋改色。而負主人於相忘之域久矣。何能有今日哉。惟其松也。故亭亭而秀。鬱鬱而翠。閱千劫而歲寒相守之心。未嘗一日而移焉。此可見主人擇交之義。而松之不負主人亦厚矣。主人以孝友詩禮者聞。自少壯時已然。見今白髮被鬢。崦嵫殘景。苒苒遲暮。此非人生百年之秋乎。屢顧宿心。益勵晩節。如衛武蘧瑗之爲。使吾聲望風韻。挻然特立於九野閉寒之中。則主人之不負松。何不若松之不負主人乎。如余樸樕劣品也。雖欲與松友。而松必不爲之友矣。或以友之友而借一席餘蔭否。 몽범(濛氾) 해가 지는 곳으로, 노경을 뜻한다. 신성(晨星) 새벽별이라는 뜻인데, 벗들이 잇달아 죽어 마치 새벽별처럼 얼마 남지 않았음을 비유한 말이다. 당(唐)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의 〈송장관부거병인(送張盥赴擧幷引)〉에 "옛날에 함께 급제했던 벗들과 어울려 노닐 때에는 말고삐를 나란히 하고 마치 병풍처럼 대로(大路)를 휩쓸고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마냥 쓸쓸하기가 새벽 별빛이 서로 멀리서 바라보는 것 같기만 하다."라고 하였다. 엄자산(崦嵫山) 옛날에 해가 들어가는 곳으로 생각했던 산의 이름으로, 만년(晩年) 또는 노년의 비유로 쓰인다. 위 무공(衛武公) 노년에 나태해지는 마음을 경계하기 위하여 95세에 《시경》의 억(抑)편을 지었다고 한다. 거원(蘧瑗) 춘추 시대 위(衛)나라 대부 거백옥(蘧伯玉)의 본명이다. 《장자》 〈칙양(則陽)〉에 "거백옥은 나이 육십이 되는 동안 육십 번이나 잘못된 점을 고쳤다.[蘧伯玉行年六十而六十化]"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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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재기 寒守齋記 이릉(爾陵)213)의 산은 동남쪽보다 많은 곳이 없고, 동남쪽의 산은 망방산(望防山)보다 깊은 것이 없는데, 나의 벗 남덕로(南德老) 군이 그 산에 우거하고 있다. 대개 덕로의 재주와 국량, 지조와 기개는 사방을 두루 돌아다니며 한 시대에 오르내릴 수 있는 사람인데 이에 능히 번연히 도모를 바꾸어 아무도 모르게 거두어 단속함이 이와 같이 과감한가! 10년을 살면서 또 마을의 벗과 산의 가장 깊은 곳 사람들의 경계와 멀리 떨어진 곳에 나아가 나무를 서까래로 삼고 바위를 벽으로 삼아 경영하기 시작하여 몇 칸 집을 지어 날마다 복건(幅巾)과 망혜(芒鞋) 차림으로 그 가운데서 소요하고 있다.오호라! 산이 이미 궁벽한데 오직 궁벽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지역이 이미 후미진데 오직 후미지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반드시 몸을 민연히 작위가 없는 곳에 몸을 둔 뒤에야 그만두려 하니, 이것은 세속에 동화되고 더러운 세상에 영합하는 사람이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멀리 떠나 세상을 잊어버리는 사람이 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시국의 상황은 헤아리기 어렵고 세상의 일은 형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미를 보고 분명하게 결정하여 독선(獨善) 자정(自靖)할 곳으로 삼은 것이다. 더구나 흘러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어 이미 노경에 이르러 교유를 끊고 고요한 곳에 나아가 한가로이 지내며 덧없는 생각을 사라지게 하고 실제의 덕이 내면으로 살찌게 하는 것을 일생의 궁극적 목표로 삼았으니, 또 어찌 다만 신도반(申屠蟠)214)의 아류가 될 뿐이겠는가.나는 죽마고우로써 백수에 서로 바라보니 슬픔과 위로가 더욱 지극하여 삼가 세한(歲寒)에도 서로 지킨다는 뜻에 의거하여 편액을 한수(寒守)라 하고 인하여 졸렬한 말을 붙인다. 爾陵之山。莫多於東南。東南之山。莫深於望防。余友南君德老。寓居焉。蓋德老才局志槩。可以周旋四方。上下一世者。而乃能幡然改圖。闇然收束。若是其果耶。居十年。又與村之友。就山之最深人境遙絶處。因樹爲椽。因巖爲壁。經始得數間屋子。日以幅巾芒鞋。逍遙其中。鳴乎。山旣窮矣。而惟恐其不窮。地旣僻矣。而惟恐其不僻。必欲置身於冺然無爲之地而後已。此非同流合汚者所可涯涘。亦非長往忘世者所可比倫。正以時象叵測。世故難狀。所以見幾明決。而爲獨善自靖之地。況叵耐歲月。已屬桑楡。絶遊息交。就靜養閒。使浮念銷歇。實德內腴。爲一生之究竟者。又豈但爲申屠蟠之流亞哉。余以竹馬舊交。白首相望。悲慰增至。謹据歲寒相守之義。題其顔曰寒守。因以蕪辭隨之。 이릉(爾陵) 이릉부리현(爾陵夫里縣)으로,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면(綾州面)의 옛 지명이다. 신도반(申屠蟠) 후한(後漢) 시대 진류(陳留) 사람으로, 집안이 가난해 칠공(漆工)이 되었다. 군(郡)에서 주부(主簿)로 불렀지만 나가지 않고 숨어살면서 학문에 정진하여 오경(五經)에 두루 정통했으며, 도위(圖緯)에도 밝았다. 한나라 황실이 기울어가는 것을 보고 양(梁)나라 탕현(碭縣)에 자취를 감추고 나무에 의지하여 집을 지었다. 태위(太尉) 황경(黃瓊)과 대장군 하진(何進)이 연이어 불렀지만 역시 나가지 않았다. 나중에 동탁(董卓)이 황제를 폐위시키고 대신하자 순상(荀爽) 등이 모두 협조했지만 그만 홀로 끝까지 고귀한 뜻을 지켰다. 《後漢書 卷53 申屠蟠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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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 흥술101)에게 보여주다 示族弟興述 이 학문은 강령이 있음을 알아야만 하니 此學須知有領綱가는 곳마다 그 마땅함을 구할 뿐이라네 只求隨處得其當먼저 밝은 등불처럼 그 이치를 연구하고 先硏厥理如明燭다시 괄낭102)처럼 이 말을 신중히 하게 更愼斯言戒括囊우직103)은 본디 사업을 도와 경영하였고 禹稷固將經事業원안104)도 조강을 실컷 먹을 수 있었네 原顔亦可厭糟糠지금 세상에 옛 덕을 먹은105) 이 드물기에 罕看食舊今之世초당에 들어오는 그댈 반갑게 맞이하네 喜接君裾入草堂 此學須知有領綱, 只求隨處得其當.先硏厥理如明燭, 更愼斯言戒括囊.禹、稷固將經事業, 原、顔亦可厭糟糠.罕看食舊今之世, 喜接君裾入草堂. 김흥술(金興述) 1890~? 본관은 부녕(扶寧), 자는 치운(致雲)이다. 노가암(老可庵) 김낙필(金洛弼, 1850~1919)의 문인이다. 괄낭(括囊) 주머니를 묶는 것처럼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주역》 〈건괘(乾卦) 육사(六四)〉에 "주머니를 묶듯이 하면 허물도 없으며 칭찬도 없으리라.〔括囊, 无咎无譽.〕" 하였다. 우직(禹稷) 모두 우순(虞舜)의 신하인 우(禹)와 직(稷)을 말한다. 두 사람이 중국 9주(州)의 전지 경계를 정리했다. 원안(原顔) 가난한 사람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원헌(原憲)과 안회(顔回)를 말한다. 두 사람 모두 공자의 뛰어난 제자로 몹시 곤궁한 속에서도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삶을 살았다. 옛 덕을 먹은 조상의 음덕에 의해 먹고 산다는 말이다. 《주역》 〈송괘(訟卦) 육삼(六三)〉에 "옛 덕을 먹어 정하면 위태로우나 끝내 길하리라.[食舊德, 貞厲, 終吉.]"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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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 승장 영규142)의 정려를 지나며 過義兵僧將靈圭閭 승려가 순국하고 더욱 출중하였으니 緇徒殉國更超倫자비의 일념으로 만 백성 위했구나 一念慈悲爲萬民근래 임금 팔아 호화롭게 사는 무리143) 近日賣君鍾鼎輩무슨 낯으로 이 비석을 볼 수 있으랴 何顔能視此貞珉 緇徒殉國更超倫, 一念慈悲爲萬民.近日賣君鍾鼎輩, 何顔能視此貞珉. 영규(靈圭) ?~1592.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금산전투에 참전한 승려이다. 공주 출신으로, 계룡산 갑사(甲寺)에 들어가 출가하고, 뒤에 휴정(休靜)의 제자가 되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승(義僧) 수백 명을 규합하여 청주성의 왜적을 공격해 승리하였고, 1592년(선조25) 금산전투에서 전사하였다. 호화롭게 사는 무리 원문의 '종정(鍾鼎)'은 종명정식(鐘鳴鼎食)의 준말로, 종을 울려 가족을 모아 솥을 늘어놓고 음식을 할 정도로 부귀한 집안을 말한다.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마을에 들어찬 집들은 종을 치고 솥을 늘어놓고 먹는 집들이다.[閭閻撲地, 鍾鳴鼎食之家.]"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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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을 노닐며 遊靑鶴洞 청학은 어느 해나 이 땅에 돌아올까 靑鶴何年此地回동 입구에서 머무르니 별천지 열리네 留將洞口別天開천 겹 구름 속에 신선의 인연 있어서 雲千疊裏仙緣在백 편의 시 읊는 중에 길손이 찾아왔네171) 詩百篇中客屐來산골물은 가는 대로 들어가 작은 우물로 통하고 澗入細篁通小井바위는 멋진 나무와 이웃하여 평대가 되어주네 石隣嘉樹作平臺나그네는 절로 감흥도 많은 법이니 遊人自是多興感새 매미는 더 슬프게 울지 말지어다 莫遣新蟬響轉哀 靑鶴何年此地回, 留將洞口別天開.雲千疊裏仙緣在, 詩百篇中客屐來.澗八細篁通小井, 石隣嘉樹作平臺.遊人自是多興感, 莫遣新蟬響轉哀. 백……찾아왔네 후창이 여행을 하며 기행시를 쓰면서 청학동에 이르른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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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44)에 가랑비가 내려 芒種小雨 때마침 이 망종일에 適玆芒種日가랑비가 남쪽 고을에 내리네 小雨下南州볏모를 심으니 푸르름이 흩어지고 靑散禾苗植보리향기 감도니 익기를 재촉하네 黃催麥氣浮신령한 공력은 밭두둑에서 보고 神功看壟畔남은 비는 구름 끝에서 바라네 餘澤望雲頭시의 소재를 보탰다 기뻐하지 말라 莫喜添詩料농사짓지 않고 유람한 것 부끄러우니 不農愧謾遊 適玆芒種日, 小雨下南州.靑散禾苗植, 黃催麥氣浮.神功看壟畔, 餘澤望雲頭.莫喜添詩料, 不農愧謾遊. 망종(芒種) 24절기의 아홉 번째이다. 소만(小滿)과 하지(夏至)의 사이인 양력 6월 5일경이 된다. 이때가 되면 보리는 먹게 되고 모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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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에. 소강절의 시에 차운하다 冬至日 次邵康節韻 우레가 땅 아래에서 진동하니114) 雷自重泉動절기가 한밤중부터 바뀐다오 節從半夜移음과 양이 교대하는 날이요 陰陽交代日천지의 마음을 보는 때라오115) 天地見心時재계하고서 몸을 비로소 감추고 齋戒身方掩잘못 고쳐 성인을 바랄 수 있네 改遷聖可希사람은 역상과 관계있으니 人爲關易象이 이치 포희씨에게 근본을 둔다오116) 此理本庖犧 雷自重泉動, 節從半夜移.陰陽交代日, 天地見心時.齋戒身方掩, 改遷聖可希.人爲關易象, 此理本庖犧. 우레가……진동하니 《주역》에서는 동짓달인 11월을 복괘(復卦)에 대응시켰다. 《주역》 〈복괘 상(象)〉에 "우레가 땅속에 있는 형상이 복괘이니, 선왕이 이를 보고서 동짓날에 관문을 닫아 장사꾼과 여행자가 다니지 못하게 한다.[雷在地中, 復, 先王以至日閉關, 商旅不行.]"라고 하였다. 천지의……때라오 《주역》 〈복괘(復卦) 단(彖)〉에 "복에서 천지의 마음을 본다.[復其見天地之心乎!]"라고 하였다. 천지의 마음이란 양(陽)이 소멸하지 않아 끊임없이 만물을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둔다오 포희씨(庖犧氏)는 복희씨(伏羲氏)로, 《주역》의 근간이 되는 팔괘(八卦)를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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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재 족형 방술 에게 곡하다 哭兢齋族兄【邦述】 세도가 쇠퇴하여 옛날과 달라졌으니 世道衰頹異古先선인의 수명과 복록 어찌 온전할 수 있으랴 善人命祿豈能全욕심 비운 신천옹처럼 온종일 기다리더니 信空靑翰長終日눈 맞은 찬 소나무는 늘그막에 이르렀네 經雪寒松到老年그만이로세 한번 잠들어 깊은 땅으로 돌아가니 一枕已焉歸厚壤온갖 인연을 어찌 하늘에 물을 수 있겠는가 萬緣何足問蒼天구비521)가 오히려 참된 군자임을 증명하니 口碑猶證眞君子이 고을에 좋은 이름을 전하기에 적합하네 副得玆鄕美號傳 世道衰頹異古先, 善人命祿豈能全?信空靑翰長終日, 經雪寒松到老年.一枕已焉歸厚壤, 萬緣何足問蒼天?口碑猶證眞君子, 副得玆鄕美號傳. 구비(口碑) 좋은 사적을 돌에 새기지 않고도 여러 사람의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 비석에 새긴 것과 마찬가지라 하여 생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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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집에 손님이 들어 山牕有客 맥추43)에 한꺼번에 석류꽃 피고 비가 내리더니 麥秋榴雨一時咸냉기가 산창에 들어 베적삼 입은 이 겁이 나네 冷入山牕㤼布衫장쾌하게 관광하는 젊은이에겐 경물이 풍부하고 壯觀少年饒景物홀로 은거하는 나는 소나무 전나무를 어루만지네 深居獨我撫松杉이 마음은 기둥을 흔들기 어렵듯이 서 있거니 此心如立難搖柱백성의 풍속이 어찌 점점 바위 보기를 꺼려하랴 民俗何嫌轉見巖요즘에 스스로 맑은 운치가 많아 만족스러운데 近日自多淸致足머무는 객이 지은 시도 보통 사람보다 뛰어나네 賦詩留客亦超凡 麥秋榴雨一時咸, 冷入山牕㤼布衫.壯觀少年饒景物, 深居獨我撫松杉.此心如立難搖柱, 民俗何嫌轉見巖?近日自多淸致足, 賦詩留客亦超凡. 맥추(麥秋) 보리가 익는 계절이라는 말로, 음력 4, 5월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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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헌기 止軒記 하늘이 위에서 그쳐 일월이 빛나고 밝으며, 땅이 아래에서 그쳐 산천이 편안하고 고요하며, 아버지는 자애로움에 그치고 자식은 효도에 그치며, 임금은 인(仁)에 그치고 신하는 공경에 그치며, 여러 사물과 종류에 이르기까지 각각 그칠 곳에 그쳐 천하의 이치가 얻어진다. 솔개는 연못에서 뛸 수 없고 물고기는 하늘에 이를 수 없으며, 배는 육지에 다닐 수 없고 수레는 물에 다닐 수 없으니, 이것은 하늘이 낳을 때 굳게 정하여 옮기거나 바꿀 수 없는 도리이다. 이 때문에 행실은 방정하게 하려고 하여 움직임에 반드시 법도로써 하는데 성인의 입장에는 "당신의 마음이 그치는 바에 편안히 하라."라고 하며,229) 현인의 입장에는 "그 그침을 공경하라."라고 하였다.230) 그러나 사물에 나아감에 반드시 먼저 마땅히 그칠 바를 궁구함이 있어야 이에 능히 그 마땅히 그칠 바를 얻어 그칠 수 있다. 성현의 글은 비록 가리키는 뜻이 같지 않고, 학자의 공부는 비록 과정과 조목이 동일하지 않으나 요컨대 그칠 곳을 알아 그침을 얻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을 뿐이다. 학문사변(學問思辨)은 그 그침을 아는 소이이고, 조존천리(操存踐履)는 그 그침을 얻는 소이이다. 수레의 바퀴와 새의 날개는 형세가 반드시 서로 기다리지만 체(體)와 용(用), 본(本)과 말(本末)은 또 경중의 구분이 없을 수 없다.오호라! 물이 그치면 맑고 거울이 그치면 허명하니, 《주역》에서 이른바 "지도(止道)는 광명(光明)하다."231)라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조자명(曺子明) 군이 '지(止)'자로 헌(軒)에 이름을 붙여 고인이 반우(盤盂)의 명(銘)232)을 지었던 것에 견주었으니, 그 요체를 얻어 힘쓸 바를 안다고 이를 만하다. 더욱더 힘쓸지어다. 天止於上而日月光明。地止於下而山川寧謐。父止於慈。子止於孝。君止於仁。臣止於敬。以至庶事庶類。各止其止。而天下之理得矣。鳶不可以躍淵。魚不可以戻天。舟不可以行陸。車不可以行木。此是天生鐵定不可移易底道理也。是以行欲其方。動必以矩。而在聖人則曰安汝止。在賢人則曰欽厭止。然卽事卽物。必先有以窮其所當止。乃能有以得其所當止而止之。聖賢之書。雖指意不同。學者之功。雖課條不一。而要不出乎知止得止而已。學問思辨。所以知其止也。操存踐履。所以得其止也。車輪鳥翼。勢必相須。而體用本末。又不無輕重之分。嗚乎。水止則淸。鑑止則虛。羲經所謂止道光明者。不以是耶。曺君子明以止號軒。視爲古人盤盂之銘。可謂得其要而知所務矣。益加勉焉。 성인의……하며 《서경》 〈익직(益稷)〉에서 신하인 우(禹)가 순(舜)임금에게 한 말이다. 현인의……하였다 《서경》 〈태갑 상(太甲上)〉에서 이윤(伊尹)이 태갑(太甲)에게 한 말이다. 지도(止道)는 광명(光明)하다 《주역》 〈간괘(艮卦) 단사(彖辭)〉에 "간(艮)은 그침이니, 때가 그쳐야 할 경우에는 그치고 때가 가야 할 경우에는 가서 동(動)과 정(靜)이 때를 잃지 않으니 그 도(道)가 광명(光明)하다."라고 한 것을 말한다. 반우(盤盂)의 명(銘) 반(盤)은 세수나 목욕을 할 때에 쓰는 그릇이고, 우(盂)는 음식을 담는 그릇이다. 《근사록》 〈존양(存養)〉에 "옛사람은……소반과 사발, 안석과 지팡이까지 명을 새기고 경계의 말을 새겼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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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암기 遯庵記 미둔(尾遯)은 위태롭고205) 계둔(係遯)은 병이 있고206) 비둔(肥遯)은 이롭지 않음이 없으니,207) 지금 주인의 은둔은 어디에 있는가?주인은 보성[山陽]의 일개 선비로 일찍 명경(明經)208)을 공부하였으나 합격하지 못하였고, 중년에 이르러 시국의 상황이 날로 그릇되어 가는 것을 보고 드디어 두봉(斗峯) 만첩 가운데 한 채의 집을 짓고 문미에 편액을 돈암(遯庵)이라 하였다. 이미 세상에 출각(出脚, 벼슬에 나아감)하지 않아 지체하여 머물며 결정하지 못할 단서가 없으니 미둔이라 할 수 없고, 얽매여 연모하여 잊지 못하는 뜻이 없으니 계둔이라 할 수 없다. 오직 먼 곳에 처하고 바깥에 있어 은둔하고 또 은둔함이 되니, 비둔이 된다. 지체하여 머물거나 얽매여 지체함이 없어 초연하게 떠나고 우뚝이 일어나기를 마치 구름에 들어가는 기러기와 물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같이 하면 그 크고 여유 있는 것이 어찌 이른바 비둔이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산을 베게 삼고 골짝을 누대 삼아 물마시고 명아주 먹으니, 사람들은 모두 주인이 가난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유독 주인은 여유롭다고 여긴다. 尾遯則厲。係遯則疾。肥遯則無不利。今主人之遯。何居焉。主人山陽一布衣。早治明經。不利於有司。及至中身。見時象日非。遂構一區屋子於斗峯萬疉之中。扁其楣曰遯庵。旣不出脚於世。而無遅留不決之端。則不可謂尾遯也。無係戀不忘之意。則不可謂係遯也。惟其處遠在外。而爲遯之又遯。則天山之上九也。無遲留係滯之爲。而超然而逝。卓然而舉。如入雲之鴻。游水之魚。則其碩大寬倬。豈非所謂肥遯者耶。枕山樓谷。飲水茹萊。人皆謂主人之貧。而余擉以爲主人之肥也。 미둔(尾遯)은 위태롭고 《주역》 〈돈괘(遯卦) 초육(初六)〉에 "돈의 꼬리라 위태로우니, 가는 바를 두지 말아야 한다.[遯尾, 厲, 勿用有攸往.]"라고 한 것을 말한다. 계둔(係遯)은 병이 있고 《주역》 〈돈괘 구삼(九三)〉에 "매여 있는 은둔이라 질병이 있어 위태로우니, 신첩(臣妾)을 기르는 일에는 길하다.[係遯, 有疾, 厲, 畜臣妾, 吉.]"라고 한 것을 말한다. 비둔(肥遯)……없으니 《주역》 〈돈괘 상구(上九)〉에 "여유 있는 은둔이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肥遯, 無不利.]"라고 한 것을 말한다. 명경(明經) 과거 제도에 선비를 선발하는 과목의 한 가지로서 경술(經術)에 밝은 사람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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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몽재151)에서 감회가 있어 訓蒙齋有感 담로152)는 옛날 어느 때에 湛老昔何日이곳 서재에서 어린아이를 가르쳤나 訓蒙此有齋샘물과 바위는 길이 변치 않으나 泉石長不改흥망성쇠가 그 사이에 있었네 興廢間有之스승 모시고 일찍이 이곳에 왔었는데 陪師曾到此때마침 중수하고 있을 때였네 適値重修時강회를 베풀자 명단에 이름 올리고 設講聯名案예를 익히며 함께 술잔을 들었네 習禮擧酒巵세월이 얼마나 흘렀는가 日月問幾何세상일은 바둑판처럼 번복되네 世事飜覆棋내가 와서 옛날 노닐던 곳인데 我來經舊遊뜨락 가득히 풀만 무성히 자랐네 滿庭草萋萋맑은 바람이 늙은 소나무에 불어오니 淸風入老松완연히 거문고를 연주하는 듯하네 宛若奏絃詩오산153)엔 사람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鰲山人已遠화문에도 대들보가 또한 꺾였네154) 華門樑亦摧남긴 운치는 어디에 있는가 餘韻何處在말없이 그리워하는 바가 있으니 黙然有所思물고기와 산새여 江魚與山鳥이 한스러움을 너희들은 응당 알리라 此恨爾應知 湛老昔何日, 訓蒙此有齋?泉石長不改, 興廢間有之.陪師曾到此, 適値重修時.設講聯名案, 習禮擧酒巵.日月問幾何? 世事飜覆棋.我來經舊遊, 滿庭草萋萋.淸風入老松, 宛若奏絃詩.鰲山人已遠, 華門樑亦摧.餘韻何處在, 黙然有所思.江魚與山鳥, 此恨爾應知. 훈몽재(訓蒙齋)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가 1548년(명종3)에 순창 점암촌 백방산 자락에 지은 강학당이다. 김인후는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자 문신으로, 본관은 울산(蔚山), 자는 후지(厚之), 호는 하서(河西) 또는 담재,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1531년(중종26) 성균 사마시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입학한 뒤 이황(李滉) 등과 교우가 두터웠다. 제자로는 정철(鄭澈)ㆍ변성온(卞成溫)ㆍ기효간(奇孝諫)ㆍ조희문(趙希文) 등이 있다. 저서에 《하서집》ㆍ《주역관상편(周易觀象篇)》ㆍ《서명사천도(西銘事天圖)》ㆍ《백련초해(百聯抄解)》 등이 있다. 담로(湛老) 담재(湛齋) 김인후를 높여 칭한 말이다. 오산(鰲山) 전라남도 장성군(長城郡)의 별칭으로, 여기서는 하서 김인후를 가리킨다. 화문(華門)에도……꺾였네 화문은 계화도(繼華島)에 살았던 간재 전우의 문하를 가리키며, 여기서는 후창의 스승인 간재도 죽었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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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곡에서 느낀 바 있어서 11세조 죽계공이 이곳에 터를 잡고 8세조 통덕랑 공에 이르러 창동으로 이거하였다. 板谷有感【十一世祖竹溪公卜居于此, 至八世祖通德郞公移居滄東,】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슬픔을 못 이기니 每經此地不勝悲우리 선조 어느 때에 터를 잡았었던가 吾祖何時卜築爲검은 대숲은 시들어 눈 비에 꺾이었고 烏竹叢殘摧雨雪푸른 냇물은 얕아져 잡초가 자랐구네 碧溪水淺長蒿藜백 년 고향297)을 어찌 버릴 수 있으랴 百年梓里緣何棄열 척의 푸른 비석에서 공적을 알겠네 十尺藍碑蹟可知회수의 감귤298)이 지금 8대까지 살았으니 淮橘如今生八葉몸조심하여 선대의 미덕을 이어 가려네 飭身尙欲繼先徽 每經此地不勝悲, 吾祖何時卜築爲.烏竹叢殘摧雨雪, 碧溪水淺長蒿藜.百年梓里緣何棄, 十尺藍碑蹟可知.淮橘如今生八葉, 飭身尙欲繼先徽. 고향 원문의 '재리(梓里)'는 부모가 살던 고향을 뜻하는데, 《시경》 〈소반(小弁)〉에 "부모가 심은 뽕나무와 가래나무도 공경한다.[維桑與梓 必恭敬止]"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회수의 감귤 《주례(周禮)》 〈고공기 서(考工記序)〉에 "감귤이 회수를 넘어 북으로 가면 탱자로 변한다.[橘踰淮而北爲枳]"라고 하였는데, 여기서는 창동으로 이거해서도 변치 않은 후손들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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