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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문【계창】에게 답함 答魏岐文【啓昌】 그대의 아들이 보잘것없는 나를 하찮게 여기지 않고 두 번이나 찾아와 주셨으니, 이것은 사사로운 정에 있어서 이미 매우 감사할 일인데, 다시 또 편지를 부탁해 보내서 곡진한 뜻을 보여 주시니, 이것이 어찌 저처럼 천박한 자가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저는 어려서부터 이 뜻이 없지는 않았으나 기질에 얽매이고 질병이 간간이 생겨 끊임없이 오가다가 하나의 쓸데없는 물건이 되었고 지금은 백발이 성성하니 매우 아득히 끝없는 한이 있을 뿐입니다. 상황이 이와 같으니 그대가 보잘것없는 나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비록 무성한 관용에서 나왔더라도 또한 그대의 밝은 식견에 누가 됨을 면치 못할까 두렵습니다. 관산(冠山)은 옛날에 문명(文明)의 고을이라고 일컬어졌는데 근래에 더욱 번성했습니다. 게다가 그대의 아들은 단아하고 신중하며 깨달음이 있어서 함께 큰일을 할 만하니, 그에게 오가며 영향을 받게 하고 좌우에서 보살핀다면 어찌 성취할 가망이 없다고 근심하겠습니까? 보잘 것 없이 살아온 저 같은 처지는 지난일에 부치더라도 여파에 젖어 노년에 만분의 일이라도 거두려는 계획으로 삼을 계획이 없지는 않습니다. 令郞不鄙無狀。再度垂訪。此在私分。己極感荷。而又且委賜寵翰。示意繾綣。此豈淺淺者所可承膺耶。義林小少非無此志。而氣質局之。疾病間之。捱去捱來。成就得一箇無用之物。至今白髮紛如。只切悠悠無窮之恨而已。然則執事之寄意於鄙生者。雖出於包含之盛而亦恐未免爲明見之一累也。冠山古稱文明之鄕。而近來尤蔚然焉。且令郞端詳開悟。可與有爲。以之出入擩染左右扶將。何患無成立之望。區區衰散如此生者。雖屬過境。而不能無思霑餘波。以爲收楡萬一計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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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석주】에게 답함 答金宗一【錫柱】 "병이 많아 옛 벗도 멀어지네."142)라고 하였으니 옛 사람도 오히려 그러하였거늘 하물며 오늘날임에랴. 어진 그대는 내가 병이 많다고 해서 소원(疎遠)하게 대하지 않고 편지 한 통을 뜻밖에 보내주니, 이는 옛사람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겠는가. 봉투를 열어 낮게 읊조리는 동안 나도 모르게 병세가 풀리는 것 같네. 부모를 모시면서 평안하다는 소식을 지면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한 달 전쯤의 소식이니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르겠네. 신령이 단정한 군자를 위로하여 응당 보답을 받을 때이네. 그렇다면 마음에 위안됨이 어찌 다하겠는가. 공부가 이전과 다르지 않다고 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겸손한 말이네. 그러나 마음이 있지 않으면 어찌 이전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겠는가. 다름이 없는 것을 보고 더욱 더 노력하여 다름이 있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것이 바로 학문이 발전하는 방법이네. 시속(時俗)의 말들이 어지럽다고 하였는데, 비록 지극히 두렵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 어찌 한 집안 한 사람의 재앙에 그치겠는가. 최종적인 처분은 하늘에 달렸으니, 다만 내가 해야 할 일을 다한 뒤에 기다릴 뿐이네. 의리를 강론하고 밝혀서 추향을 헤매지 않게 하며 심지(心志)를 완전하게 함양하여 지킨 바를 흔들리지 않게 하여야 하니, 이것이 사문(斯文)의 요결이며 나아가 오늘날의 급선무이네. 더욱 깊이 노력하게나. 多病故人疎。古人猶然。況今日乎。賢不以多病而見疎。委存一書。出於料外。此其非過於古人者耶。披玩沈吟。不覺病情釋然也。侍省平安之報。得於紙面。而以一月之信。又未知見作何狀也。神勞愷弟。定應如見報時矣。慰仰曷已。工夫之無差殊處。此固撝譕之語。然心不存。則安能見其無差殊處也。見其無差殊而益加勉焉。使之至於有差殊者。此進乾之方也。時說紛紜之示。雖極可畏。然此豈一家一人之厄耶。究竟處分。有天翁在焉。惟盡其在我者以待之而已。講明義理。使所向不迷。完養心志。使所守不撓。此是斯門要旨。而尤爲今日之急事也。千萬勉㫋。 병이……멀어지네 맹호연(孟浩然)의 시 〈세모귀남산(歲暮歸南山)〉에 나오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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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중27) 【찬호】에게 보냄 與李美中【燦鎬】 우리 두 사람이 종유하면서 모여 강론한 지 전후로 20년이나 오래 되지만 스스로 생각하건대 보잘것없는 나는 평소 멸렬하여 하나를 알고 반이라도 이해하여 그대에게 유익함을 도울 수 있은 것이 없음을 근심하였네. 지금 비록 병에 걸려 조석에 죽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일찍이 나의 일념은 이것을 잊은 적이 없었네. 그대가 일전에 와서 유익한 한 마디를 청하였으니, 그대의 뜻은 또한 반드시 전날의 학업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여겨 더욱 힘쓸 수 있기를 생각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그대의 후회 또한 늦었다고 할 만하네. 그대는 오늘날 또한 청양(靑陽, 봄)한 시절이 아니라고 할 수 없으니, 이른바 늦었다는 것은 늦은 것이 아니네. 다만 미적거리며 등한히 기다리기를 전날과 같이 한다면 후일에 또한 오늘 같은 후회가 없다고 어찌 보장하겠는가? 격물(格物) 궁리(窮理)하여 그 뜻을 밝히고 수심(收心) 양성(養性)하여 그 실상을 실천 하는 것 이것이 학문하는 제일의 공부이니, 지역을 가려서 할 것이 아니고 또 때를 기다려 행할 것이 아니네. 밥 먹고 옷 입는 것이 이 공부가 아님이 없고, 물 긷고 땔나무하는 것이 이 공부가 아님이 없는데, 백성이 날마다 사용하면서도 알지 못하네. 단지 내가 뜻을 두는 것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을 뿐이니, 원컨대 그대는 힘쓰시게. 吾兩人遊從講聚。爲前後二十年之久。而自惟無狀。素患滅裂。無一知半解。有以資益於賢者。今雖賤疾。朝夕俟盡。而未嘗無區區一念耿耿乎此也。賢者日者來。請一言之益。賢者之意。亦必以前日之業爲未足。而思有以增勉之也。然則賢者之悔。亦云晩矣。賢於今日。亦不可謂非靑陽時節。則所謂晩者非晩也。但因循等待如前日。則安知後日亦無今日之悔也。格物窮理以明其義。收心養性以踐其實。此是學文第一功夫。非擇地可爲。又非待時可行。喫飯着衣。無非此功夫也。運水搬柴。無非此功夫也。百姓日用而不知焉。只在乎吾加之意如何耳。願賢者勉乎哉。 이미중(李美中) 이찬호(李燦鎬, 1879~?)를 말한다. 자는 미중, 호는 죽헌(竹軒), 본관은 광산(光山)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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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형신【대량】에게 답함 答魏亨信【大良】 헤어진 뒤에 하염없이 시간은 흘러 이미 한 해가 지났으니, 그리운 마음은 더욱 암담해져 지나간 날만큼 쌓이네. 문득 편지를 받으니 음이 꽉 찬데서 하나의 양을 보는 것 같아 그 위안과 고마움이 어떻겠는가. 인하여 부모를 모시면서 기쁜 일이 많고 신령이 도와 건강하며, 부모를 봉양하고 남은 힘으로 공부하여 날마다 과정을 따른다고 하니, 붕우의 좋은 소식이 어찌 이보다 좋으랴! 더욱 듣고 싶었던 바라네. 나는 노쇠함이 날로 심하여 지팡이를 짚을 힘도 없으니 세상에 알려지지 못하고 죽은 귀신이 됨을 면치 못할까 두렵네. 다만 나를 따르는 사우(士友) 가운데 젊은이들이 많은데 그들의 기대에 만분의 일도 부응하지 못하니, 생각하면 항상 대단히 두렵다네. 잘 모르겠네만 우리 벗처럼 빼어난 젊은이는 나를 보고서 감계(鑑戒)로 삼는가. 그대가 〈외필(猥筆)〉에 운운한 것은 말하자면 매우 길고 현재 이러한 상황은 그 유래가 또한 오래 되었네. 유자 기풍의 쇠퇴와 선비 추향의 분열을 지나간 역사책에서 찾아보아도 또한 이런 일이 있는가. 사람으로 하여금 분격에 개탄하게 만드니 차라리 말 하고 싶지 않네. 다만 푸른 하늘이 저 위에 있으니, 백 대 이후에 반드시 정상으로 돌아옴을 기다릴 뿐이네. 別後荏苒。已易一寒暑。懷思悵黯。與日俱積。忽承惠書。怳然若窮陰之見陽。其慰沃感豁。爲何如耶。仍審侍省歡慶。神相百福。餘力佔畢。日趲程曆。朋知好音。曷踰於此尤叶願聞。義林衰索日深。策理無力。恐未免爲無聞之鬼而已。但遊從士友多少年。未有以塞其相期萬一之意。念之每切悚然。未知少年英秀如吾友者。視之爲鑑戒否。猥筆云云。言之甚長。且今日爻象。其來亦已久矣。儒風之衰薄。士趨之分裂。求之往牒。亦有是耶。令人憤歎。寧欲無言。但蒼天在上。只俟百世必反之常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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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재집(日新齋集) 21권 12책 日新齋集 日新齋集 고서-집부-별집류 교육/문화-문학/저술-문집 문집 국역 日新齋集 丁卯 丁卯 [1927] 鄭義林 목활자본 『일신재집(日新齋集)』 12 有界 10行22字 註雙行 한자 內向3葉花紋魚尾 전남대학교도서관_불명처1 전남대학교도서관 1927년에 간행한 조선 말기의 학자 정의림(1845~1910)의 시문집. 『일신재집(日新齋集)』은 21권 12책으로 문인 박준기(朴準基), 홍승환(洪承渙) 등과 족인(族人) 정병해(鄭炳海) 등이 유고를 모아 1927년 간행했으며, 서문과 발문은 없다. 권1은 시 175제가 수록되어 있다. 대체로 연대순으로 편차되어 있으며, 사우들을 만나고 지은 교제시가 대부분이며, 뒷부분은 만시가 많다. 그는 노문삼자로 불리웠던 정재규와 특별한 교분이 있어서 서로 영호남을 방문하고 시를 남겼으며, 1902년에는 『노사선생문집(蘆沙先生文集)』중간을 위해 단성의 신안정사를 방문하고 이어 최익현(崔益鉉), 기우만(奇宇萬), 정재규(鄭載圭), 최숙민(崔琡民) 등과 칠불사(七佛寺)에서 함께 지은 시가 남아 있다. 대표적인 시로는 「서석창수운(瑞石唱酬韻)」10수를 들 수 있다. 정의림은 이 시의 서문에서 1887년 8월 17일부터 8월 23일까지 7일간 친구나 문인들과 함께 화순에서 무등산의 광석대(廣石臺), 상봉(上峯), 증심사(澄心寺)를 거쳐 다시 화순의 만연사선정암(萬淵寺禪定庵), 능주의 영벽정(映碧亭)과 동귀봉(東歸峯)을 다녀오면서 지은 것이라고 하였는데, 방문한 곳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그 곳의 풍광을 잘 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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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사열228)【계학】이 어머니를 위해 축수한 시에 차운하다 次魏士悅【啓學】壽母詩 미세한 양이 동할 때 주렴과 휘장 깨끗하니 (簾幃蕭灑動微陽)무리 지어 색동옷 입고 춤을 추며 북당을 에워쌌네 (舞綵相群繞北堂)정치한 강릉은 삼수와 벗을 맺고229) (鼎峙岡陵三壽作)태평의 연월 속에 백 년토록 강건하였네 (泰平煙月百年康)사람이 어지니 과연 큰 복이 있을 것이고 (人仁果有應胡福)물이 푸르니 어찌 각로방을 배우리오230) (水碧奚爲却老方)이날 관산에서 일제히 모인 자리에 (是日冠山齊會席)내 가지 못하고 궁벽한 곳에 은거함이 부끄럽네 (愧余未赴僻隅藏) 簾幃蕭灑動微陽。舞綵相群繞北堂。鼎峙岡陵三壽作。泰平烟月百年康。人仁果有膺胡福。水碧奚爲却老方。是日冠山齊會席。愧余未赴僻隅藏。 위사열(魏士悅) 위계학(魏啓學, 1868~1919)이다. 자는 사열(士悅), 호는 청계(淸溪)이다. 삼수와 벗을 맺고 『시경』「비궁(閟宮)」에 "삼수(三壽)로 벗을 맺어 산과 같고 구릉과 같으소서.[三壽作朋, 如岡如陵.]"라고 하였다. 물이……배우리오 각로방(却老方)은 선가(仙家)에서 불로장생하는 방법을 이른다. 한무제(漢武帝)가 방사(方士)인 이소군(李少君)으로부터 각로방을 전수받고는 이소군을 극진히 대우하였다.『漢書 郊祀志』 이곳이 선계와 같아서 달리 신선의 방술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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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은【수근】에게 보냄 與李明恩【守桹】 전일에 돌아오는 행차는 편안하였는지요? 이어서 겨울이 장차 끝나가니, 경체(經體)의 기거하심에 큰 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몹시 그리워하는 심정을 멀리서 가눌 길이 없습니다. 여러 번 돌보아주심이, 어찌 이리도 친절하고 은근하십니까. 그러나 기구하고 험난한 상황에서 온갖 사정에 묶여 있기에, 사례하는 뜻을 표하기 위해 한 번도 가지 못하였습니다. 감사하기도 하고 또 죄송한 마음이 간절합니다. 생각건대 남파선생(南坡先生)게서 후학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신 뒤로 세월이 이미 많이 흘렀는데, 유고(遺稿)가 다소 있으나 아직도 간행하지 못하였으니, 이는 실로 유림(儒林)들의 잘못이니 개탄스러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듣자하니 존문(尊門)의 여러 군자들이 성대하게 생각을 말하여 미처 마치지 못한 일을 맡아주었다니, 참으로 문헌(文獻)의 고가(古家)에서 일을 처리하고 의(義)를 지키는 방법이 과연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사문(斯文)을 지키고 후학에게 은혜를 끼치는 일은 어떠합니까? 이미 일을 시작하였고, 권질(卷帙)이 많으니, 널리 전파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일을 할 만한 능력이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염려되는 마음이 절실할 따름입니다. 의림(義林)은 이른 봄 즈음에 한 번 직접 판각하는 곳을 찾아가서 하루 정도 연참(鉛槧)4)의 일을 돕고자 합니다만 이 몸의 상황을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끝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曩也返次無撓。繼而冬令將暮。經體動止。茂納崇祉。馳溯耿耿。不任遠情累荷枉顧。何等鄭重。而惟此崎嶇險戲。局束百故。未得有一者回謝之行。感戢之餘。旋切主臣。伏惟南坡先生棄後學。日月已多。而多少遺稿。尙稽刊行。此實儒林之責。而不能無慨歎之私。仄聞尊門諸君子。蔚然發慮。營此未遑之擧。信知文獻古家。處事制義之方。果有以異於人也。其所以衛斯文惠後學爲何如耶。旣爲設始。則多其秩。可以廣其布。但未知事力爲何如耶。只切馳慮而已。義林第擬以開春。一番躬造於剞劂之所。以相一日鉛槧之役。但身故難狀。未知竟作如何也。 연참(鉛槧) 참(槧)은 목판이요, 연(鉛)은 연분필을 말한다. 《서경잡기(西京雜記)》에, "양자운(揚子雲)이 항상 연필을 품고 목판을 들고 다녔다." 하였다. 여기에서는 목판에 문집을 새기는 작업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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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백150)【창섭】이 관례를 행하는 날 적어서 주다 安慶伯【昌燮】加冠日題贈 안씨의 아들 태어나 십오 세가 되었으니 (安氏子生十五年)풍모는 속유의 모습에서 멀리 벗어났네 (風儀逈出俗儒邊)총각 머리 사랑스러움 가문으로 말미암고 (丱髦婉變由房戶)별 고깔 높게 쓰고 객연에서 술 따르네 (星弁頍峨醮客筵)간곡하게 네 가지 행실을 요구함은151) 그 덕을 이루기 위함이고 (責四諄諄成厥德)정연하게 세 가지 절차를 행함은152) 하늘에 근본한 것이네 (加三秩秩本於天)이름이 창섭이고 자가 경백인 것 무슨 뜻인가 (名昌字慶知何意)심은 것 북돋아 주는 이치 실로 당연히 이치라네 (栽者培之理固然) 安氏子生十五年。風儀逈出俗儒邊。卯髦婉變由房戶。星弁頍峨醮客筵。責四諄諄成厥德。加三秩秩本於天。名昌字慶知何意。栽者培之理固然。 안경백(安慶伯) 안창섭(安昌燮, 1874~?)이다. 본관은 죽산(竹山), 자는 경백이다. 네……요구함은 『소학』「가언(嘉言)」에 "성인이란 장차 아들이 되며 동생이 되며 신하가 되며 젊은이가 된 자의 행실을 요구하는 것이다. 네 가지의 행실을 사람에게 요구하려 하니, 그 예를 중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成人者, 將責爲人子, 爲人弟, 爲人臣, 爲人少者之行也. 將責四者之行於人, 其禮可不重與?]"라고 하였다. 세……행함은 관례에서 행하는, 관을 세 차례 갈아 씌우는 의식을 말한다. 맨 처음에는 치포관(緇布冠)을 씌우고 다음에는 피변(皮弁)을 씌우고 마지막에는 작변(爵弁)을 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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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치도【종국】에게 답함 答邊致道【鎭國】 그대가 날 찾아온 이후로 세월이 벌써 많이 흘렀는데, 벗의 우아한 몸가짐이 항상 마음속에 떠오르지 않음이 없으니, 어찌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그리는 마음이 이처럼 지극함에 이르게 하는가. 한 마디 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는데, 다만 이별한 이후로 병도 많고 일도 많아 조금도편안한 시절이 없어서 벗의 근후한 뜻을 저버린 것이 많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많은 책과 많은 경전의 천 마디 만 마디 말은 도를 밝히는 요점과 덕에 들어가는 문이 되지 않음이 없으니, 어찌 침상 위에 침상을 놓고 지붕 위에 지붕을 이는 것처럼 이를 버리고 다른 방법을 구하려고 하는가. 대저 학문은 뜻을 세우는 것을 우선해야 하니, 이른바 뜻을 세운다는 것은 반드시 성인이 되는 것으로 기대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자신을 작다고 여기거나 물러나 핑계를 대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네. 대저 그러한 연후에 큰일을 담당하여 용감하게 곧장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이른바 경(敬)을 주장하여 근본을 세우는 것이나 이치를 궁구하여 선을 밝히는 것 등은 모두 그 다음의 일이네. 뜻이 참으로 서지 않으면 비록 성인의 훌륭한 말씀이라도 오히려 어찌 내치지 않겠는가. 더구나 나처럼 어리석고 비루한 자의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나 쓸 데 없이 덧붙인 말임에랴. 무거운 병을 앓고 난 뒤라 정신이 몽롱하여 붓 가는 대로 대충 쓰다 보니 글이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였네. 깊이 헤아려주기 바라네. 自蒙枉願。日月非不久矣。而故人雅儀。未嘗不常常往來於心目之間。何令人致思一至於是耶。旦有一言之託。而別離以來。多病多故。無霎時妥帖時節。以負故人勤厚之意多矣。然旋念群書群經。千言萬言。無非明道之要。入德之門。何必舍此而別求方法。如床上之床屋上之屋乎。大抵學問。以立志爲先。所謂立志者。必以聖人期待。不可有一毫自小退托之念。夫然後可以擔當大任。勇往直前。所謂主敬而立本。窮理而明善。皆其次第事。志苟不立。雖聖人格言。尙且奈何不下。況如愚陋者瞽說贅言乎。重病之餘。精神矇矇。信筆胡草。言不達意。惟諒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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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중추부사 박공【재원】에게 답함 答同樞朴公【在源】 책상 아래에서 인사드린 지 이미 한 해가 지난 듯하니, 늘 마음에 잊혀지지 않습니다. 뜻밖에 공의 손자께서 상중에 찾아와 주시고, 공의 편지를 또 소매에서 내어 전해 주었으니 너무나 감사하고 또 너무나 송구하였습니다. 많은 연세에 절선(節宣)하고 부지하는 모든 일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긋나고 형편없는 사람을 잊지 않고 굽어살펴 주심이 이처럼 정성스럽단 말입니까. 성대한 도량으로 감싸 주시는 것이 과연 상정으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하여 수체(壽體)를 보양하여 신상(神相)이 편안하시다고 하니, 너무나 듣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저는 작년 가을부터 기침하는 증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심해지기만 하고 차도가 없으니, 죽을 날이 필시 멀지 않았을 것이기에 다만 조용히 기다릴 따름입니다. 아, 가슴에 가득 쌓인 회포를 하소연할 곳이 없었는데 하소연할 수 있는 대상이 어른이 아니면 누구이겠습니까. 그런데도 정신은 혼미하고 숨은 가빠 한 자를 적는 것이 바둑알을 아홉 개 쌓는 것보다 어려우니 어찌합니까. 우선 남겨 두었다가 후일을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또 남은 날이 다시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로 보나 저로 보나 정신이 손상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어른에 비해 나이가 비록 적지만 노년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마땅히 많이 드시고 잘 조섭하여 영위(營爲)함이 없이 행동을 살펴보아 길흉을 상고하는 터전으로 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도 궁극적으로는 또한 여기에 마음을 써야 하지만 박복한 천한 소생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拜違床下。洽已周歲。懷仰耿耿。昕宵無間。謂外賢抱棘人。委辱枉顧。尊函又自其袖中出。感感之至。旋切悚悚。大耋之年。節宣扶持。凡百爲難。而何以不忘醜差無狀之物。爲垂俯存。若是懇惻耶。盛度所包。果非常情可涯也。因審頤養壽體。神相康謐。尤協願聞之至。生自去秋。得咳喘之證。至于今日。有加無減。其爲溘然。必無多日。只當待之而已。嗚乎。滿腔積懷。無可告訴。而所可告訴者。非丈氏而誰耶。然而神昏氣促。作一字。艱於累九棊。奈何。姑且留之以待後日耶。又未知後日能復幾何。以彼以此。無非傷神處也。生之於丈氏。年紀雖不同。而其爲晩景則一也。只宜加餐善攝。無營無爲。以爲視履考祥之地。如何。生之究竟。亦未始不在於此。而賤生薄命。未知果爾否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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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윤에게 답함 答鄭周允 10년이 지나도록 서로를 보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활별(濶別 오랫동안 만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활별이 이와 같다면 거의 서로를 잊었으련만 잊지 못하고 떠오르는 생각이 하루라도 형 옆에 있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이것은 인정이 본래 그러한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늘그막에 남겨진 시간이 거의 없건마는 앞으로의 활별은 더 심할 듯합니다. 우리 둘이 다시는 살아 있는 세상에서는 서로 볼 수 없겠지요. 형이 말씀하시는 "흙이 아니고 나무가 아니니 어떻게 마음을 가누겠는가."라는 것은 애초에 아우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지난가을에 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의 호)가 형의 편지를 보내주어 인하여 형이 근래 머리 아픈 일 없이 지내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험난한 세상에 어찌 이것보다 좋은 소식이 있겠습니까. 다만 그 당시에 앓았던 병환은 과연 일찌감치 일상을 회복하여 줄곧 평안하신지요? 형제가 책상을 마주하고 노년에 덕을 닦아나가는 것이 더욱 정밀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우는 노쇠한 징후가 갑자기 이르고 기침이 잦고 숨이 가쁜 증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 베개에 엎드려 신음하고 있으니 단지 아직 식지 않은 시체일 뿐입니다. 보내신 편지에 자세하게 의리(義理)를 죄다 말씀하셨는데 아주 명명백백하여 덕으로 사람을 아끼는 군자의 지극한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유종(儒宗)의 말에 관해서는 이보다 앞서 참으로 이미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이 옳은 듯하지만 그릇된 것입니다. 옳은 듯하기 때문에 사람을 미혹하기가 쉽습니다. 하물며 한 시대의 명망을 짊어진 입장에서 옳은 듯한 말을 하여 이익을 좋아하는 마음에 호응해준다면 어느 누가 그를 흠모하면서 기꺼이 따르지 않겠습니까? 혀를 찰 괴이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十年不相見。此非濶別耶。濶別如此。幾乎相忘。而心心念念。無一日不在於兄邊。此人情之所固然耶。葉楡殘景。所餘無幾。而前頭之濶似復甚焉。吾兩人。其不得復以陽界相見耶。兄所謂非土非木。何以爲心者。未始非弟之語也。前秋松沙送兄書。因審兄近來經過無撓。險世好消息。何踰於此。但其是有所愼之節。果能趁早復常。一味泰平否。聯棣對床。老年進德。想益邃密也。弟衰徵驟至。咳嗽喘促。日甚一日。伏枕叫囈。特一未冷尸耳示喩縷縷。說盡義理。十分明白。可見君子愛人以德之至意也。所謂儒宗之言。前此固己聞之矣。天下最可畏者。似是之非。似是故惑人易。況以一時負望之地。而持似是之說。以中其嗜利之心。則孰不欣慕而樂從之哉。可謂咄咄怪事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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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에게 답함 答吳汝周 보내주신 편지에 운운하였는데, 사람이 타고난 자품(姿稟)은 대개 온전히 갖추기가 어렵습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니, 마치 강경(强勁)한 사람은 너그러움이 부족하고 온화(溫和)한 사람은 엄숙하고 굳센 의지가 부족하고, 박실(朴實)한 사람은 총기와 민첩함이 부족한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중지(中智) 이하는 면할 수 없는 것이니, 이 때문에 성현(聖賢)이 지은 여러 책과 경전이 모두 기질(氣質)을 바로잡는 방책이 아님이 없는 까닭입니다. 하늘과 사람은 한 가지이니, 그 체(體)는 본래 한량이 없고, 그 용(用)은 본래 쉼이 없는데, 다만 사람은 형질(形質)에 국한되고 물욕(物欲)에 구애됩니다. 지극히 커지게 되면 작아지고 지극한 건도(乾道)에 이르면 쉬게 됩니다. 작아지기 때문에 사물과 내가 가로막혀서 극벌원욕(克伐怨慾)81)의 사사로움이 있고, 쉬게 되기 때문에 도(道)와 기(器)가 서로 어긋나서 나태하고 방만하게 되는 잘못이 있게 됩니다. 무지몽매하여 마치 취한 듯, 꿈꾸는 듯 합니다. 그러나 반성하는 방법을 구하여 본다면 과연 '관(寬)'과 '경(敬)' 두 글자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거듭 상세하게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示喩云云。人生姿稟。蓋難全備。有所長則必有所短。如强勁者欠寬裕。溫和者欠嚴毅。朴實者欠警敏。此中智以下所不免。是以聖賢所著羣書羣經。無非所以矯捄氣質之方也。天與人一也。其體本無限量其用。本無停息。但人爲形質所局。物欲所拘。至大者小。至乾者息。小故物我橫隔。而有克伐怨欲之私。息故道器相悖。而有怠惰放慢之失。貿貿蚩蚩。如醉如夢。然求其所以反省之方。則果不外乎寬敬二字矣。更爲詳之。 극벌원욕(克伐怨慾) 《논어》 〈헌문(憲問)〉에 나오는 말로, 각각 호승심(好勝心)과 자긍심(自矜心)과 원망하는 마음과 욕심내는 마음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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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중숙71) 【시묵】에게 답함 答梁仲淑【時默】 금옥같은 형제가 말채찍을 나란히 하여 방문해 주어 누추한 방에서 촛불을 밝힌 것이 많았을 뿐만이 아니었네. 스스로 생각건대 비천하고 용렬한 내가 조금 떨어진 곳에 살면서도 능히 자주 그대 집안의 여러 장덕(長德)에게 달려가 안부를 묻지도 못했는데, 도리어 그대 형제가 배척하여 버리지 않는 대우를 받음이 이와 같으니, 매우 두렵고 부끄럽네. 뜻밖에 거듭 보내준 편지를 받고 이에 조모와 모친께서 강녕하신 줄 알았으나 다만 백씨(伯氏)의 오랜 병이 근래 다시 심해졌으니, 매우 염려가 된다네. 화락한 군자를 신명이 위로하여 온갖 상서가 모일 것이니, 어찌 별것도 아닌 병마가 감히 스스로 그 기량을 부리기를 이 같이 지루하게 함이 있겠는가? 가만히 보건대, 자질이 아름답고 뜻이 두터워, 삼가고 신칙함은 넉넉하고 학문하여 강론한 공은 더욱 계속 진보할 것인데, 무단히 잘못 없이 생긴 병으로 고뇌하게 되어 시일을 허비한 것이 적지 않으니 매우 애석하고 애석하네. 오직 바라건대 심기를 평안히 하여 때에 맞게 약을 먹으면서 해로운 것은 통렬히 끊고 빠른 효험을 바라지 않되, 시일이 지나면 절로 온전해 질 날이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의리상 마땅히 몸소 나아가 조리하는 절도를 살펴보아야 하지만 한결같이 골몰하여 떨쳐 일어날 길이 없으니, 평소 서로 향하는 정의가 아닌 것을 어찌하고 어찌하겠는가? 金昆玉季。聯鞭左顧。陋室燭跋。不啻多矣。自惟淺劣居在數喚地。未能種種趨省於尊門長德諸位之下。而反蒙賢昆季所以不相擯棄者如此。悚慙萬萬。謂外荐承惠幅。仍審雙幃康寧。而但伯氏美痾。近復添劇。奉慮奉慮。愷悌神勞。百祥攸集。而豈有幺麽竪子。敢自騁其伎倆。若是支離耶。竊覸質美意厚。謹勅有餘。而學問講修之功。益進進無端爲無妄所惱。曠廢時日不少。可惜可惜。惟願安心平氣。時進藥餌痛絶忌害勿求速效而時去日來自當有全勝之日矣。如何。理合躬造。省視調劑之節。而一味滾汨。末由振作。其非平日相向之誼。奈何奈何。 양중숙(梁仲淑) 양시묵(梁時默, 1869~?)을 말한다. 자는 중숙, 본관은 제주(濟州)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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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와38) 민 어른【삼현】에게 올림 上謙窩閔丈【三顯】 봄 초에 나아가 인사드린 것은 실로 수년 간 앙모하던 나머지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일정이 너무 촉박하여 평온하게 가르침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물러나고서 섭섭한 마음이 지금까지 그치지 않습니다. 한가로이 수양하시며 덕을 닦는 체후는 시절 따라 강녕하시며, 자제분의 제절(諸節)은 두루 편안하십니까? 앙모하는 구구한 마음 가눌 수 없습니다. 소생은 객지에서 칩거하느라 다른 곳에는 또한 조금도 힘을 기울이는 곳이 없고 오직 떠도는 객지 신세는 사람으로 하여금 견디기 어렵게 합니다. 아, 덕망 있는 선배는 지금 모두 세상을 떠나고 오직 존장(尊丈)만 도를 가정에서 전수받아 연세와 덕망이 매우 높아 후생이 덕을 상고할 곳이 아직 있습니다. 소생은 세파에 시달려 비록 스스로 힘쓰기 어렵지만 마땅히 종전에 앙모하는 정성을 애써 펴서 이로부터 의지할 계책을 삼고자 하는데, 받아주시겠습니까. 다시 바라건대 도를 위해 더욱 건강하시어 구구한 이를 위로해 주십시오. 春初晉拜。實出數年慕仰之餘。而行期甚促。未得穩承薰陶。退而悵歎迄今亡已。未審燕養德體對時康寧子舍諸節均安溯仰區區不任生旅蟄他所。亦且未見其毫分進力處。而惟有離旅之懷。令人難遣。嗚呼。先輩宿德。今皆云亡。而惟尊丈道傳家庭。年德方高。後生考德。尙有所在。小生困於世故雖難自力。然當有以勉圖其從前慕仰之誠。以爲自此依賴之計。幸有以受之否。更乞爲道增康。以慰區區。 겸와(謙窩) 민삼현(閔三顯, 1815~?)으로, 본관은 여흥(驪興), 자는 중덕(仲德), 호는 겸와이다. 기정진의 문인이다. 민백우의 둘째 아들이며, 전라도 화순 사평에서 살았다. 학행으로 사헌부 지평에 증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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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에서 벗과 모여서 향음례를 행하다 松廣寺會諸友 行鄉飲禮 하늘가에서 헤어진 것 어느 때였나 (涯角分張問幾時)옛 벗을 만난 곳에서 또 새로 벗을 사귀네 (舊知逢處又新知)온 골짜기 단풍든 숲에 가을바람 소슬하게 불고 (一洞楓林秋瑟瑟)암자에 내리는 꽃비에 밤은 길기만 하네 (諸天花雨夜遲遲)호계에서 담소 나는 것78) 무슨 의미이랴 (虎溪談笑曾何意)흥국사에서 강론한 것79) 지금도 기이하네 (興國講磨今亦奇)갈림길에서 다음에 만날 약속을 하니 (臨歧爲說來頭約)쌍계사의 복사꽃 봄 되어 만발할 때라오 (雙寺碧桃春滿枝) 涯角分張問幾時。舊知逢處又新知。一洞楓林秋瑟瑟。諸天花雨夜遲遲。虎溪談笑曾何意。興國講磨今亦奇。臨歧爲說來頭約。雙寺碧桃春滿枝。 호계(虎溪)에서……것 호계는 중국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 앞에 있는 시내인데, 이 시내를 넘어가면 범이 울었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하였다. 진(晉)나라 고승 혜원 법사(慧遠法師)가 손님을 전송할 때에 이 시내를 넘지 않았다. 뒷날 도잠(陶潛), 육수정(陸修靜)과 뜻이 맞아 자신도 모르게 넘어가자 범이 갑자기 우니, 세 사람이 놀라 크게 웃고는 헤어졌다고 한다. 『山堂肆考 卷24 虎號』 흥국사(興國寺)에서 강론한 것 흥국사는 중국 호북성(湖北省) 한양현(漢陽縣) 북쪽에 있는 절인데, 본래 이름은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이다. 정호(程顥)가 장재(張載)와 함께 흥국사에서 종일 강론하고서 "옛날에도 어떤 사람이 이 자리에서 이런 강론을 한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不知舊日曾有甚人, 於此處講此事.]"라고 하였다 한다.『近思錄 卷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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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재풍】에게 보냄 與文武一【載豊】 붓을 움직이고 먹을 가는 것도 늘그막에는 힘든 일이건만 인편을 두고 그때마다 서찰을 보내 물으시는 일이 앞뒤로 끊이지 않고 갈수록 더욱 정성스러우십니다. 돌아보건대 누가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아, 아우는 젊은 시절부터 사방(四方)의 사람들과 교유(交遊)한 것이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흰 노년이 되고 새벽 별처럼 쓸쓸한 처지가 되어서는 오직 노형(老兄)만이 저를 버리지 않고 늙어서도 더욱 친밀하게 대하시니 풍의(風儀)에 감격하는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만년의 쇠잔한 처지라 모든 생각이 멈춰버렸지만, 사소한 구업(舊業)에 대해서 얼마간이라도 도움을 주고받고자 하는 바람은 지금껏 한 번도 덕문(德門)의 형제 사이에 있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가난과 질병에 시달려 두 발이 문을 나서지 못하고 안부를 묻는 편지조차도 때를 맞추지 못하였습니다. 노형께 연치(年齒)와 덕망(德望)을 무릅쓰고 문득 이렇게 먼저 은혜를 베푸시게 하였으니 감격스럽고 감격스러운 나머지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함께 합니다. 따뜻한 봄날이 한창인데 형의 체후(體候)도 계절과 더불어 편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기침 증세는 본래 으레 나타나는 증상이고 공도(公道)이니 편작(扁鵲)이나 화타(華佗)도 손을 대지 못하고 인삼(人蔘)과 백출(白朮)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공자(孔子)가 말한 "늙은이가 편안하게 여긴다."라는 말이 가장 좋은 약방문(藥方文)입니다. 아우는 타고난 기운이 허약하여 미처 늙기도 전부터 쇠약해진 지 오래입니다. 하물며 공도(公道)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다만 당장 온 집안 식구의 생계를 꾸려 갈 수 없으니 청산(靑山)에 누운 뒤에야 가능할 것입니다. 우스운 일입니다. 運管行墨。亦老境勞事。而有便輒致書問。前後源源。愈益懇至。顧惟何人。可以當此。嗚乎。弟自少年以來。交遊四方。非不久矣。而白首頹齡。落落如晨星。惟老兄不棄不遺。老而愈密。感感風義。何以爲心。桑楡殘景。萬念休歇。而一分舊業。多少相資之望。未嘗不在於德門伯仲之間。然而貧病淟涊。脚不出門。至於書尺寒暄。亦不以時而至。使老兄降屈年德。輒此先施。感感之餘。愧悚倂之。春令方殷。未審只體候。與時偕適。喘證此固例證也。公道也。扁華所不能容手蔘朮所不能奏效。只有夫子所謂老者安之四字。是其第一方文。弟受氣偏薄。未老而衰久矣。況於公道乎。但目前百口之計。寄着不得。惟一臥靑山然後。可也。好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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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고39) 조 어른【성가】께 올림 上月皐趙丈【性家】 지난봄에 송사(松沙) 편에 한 통의 편지를 써서 올렸는데 잘 전달되었는지요? 적벽(赤壁)에서 어긋난 연유는 모두 이전 편지에 적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편지를 보지 못하셨다면 어떻게 홀로 갔다가 만나지 못한 사정을 알겠습니까. 그러나 이미 지난 일이기에 굳이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습니다. 삼가 화창한 봄날 덕을 닦으시는 체후는 건강하고 편안하십니까? 멀리서 사모하는 마음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소생은 가난과 병든 몸으로 세상일에 골몰한데다 노쇠함까지 겹쳐 모든 정상이 날로 더욱 힘들어지고, 게다가 시상이 날로 그릇되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놀라우니, 구구한 이의 괴롭고 한스러운 마음은 하소연할 곳이 없기에 밤낮으로 향해 가는 마음은 동문 가운데 덕망이 높은 우리 월고(月皐) 선생과 같은 이에게 있지 않겠습니까. 부디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치지 마시고 인편을 통해 깨우쳐 주십시오. 去春松沙便。修上一書。不至喬沈否。赤壁相違之由。具在前書。而若不見前書。則何以知獨行不遇之狀乎。然已屬過境。不必更提也。伏未審春和德候康適。遠慕不任。生貧病汨沒。加以衰相侵尋。凡百見狀。日益頹落。加以時衆日非。滿目駭然。區區苦恨。無可告訴。而所以日夜懸往。其不在於同門宿德如我月皐先生乎。幸不以違慢見誅。因風有以提誨之也。 월고(月皐) 조성가(趙性家, 1824~1904)로, 본관은 함안(咸安), 자는 직교(直敎), 호는 월고이다. 어계(漁溪) 조려(趙旅)의 후손이다. 진주(晋州)에 거주하였으며 기정진의 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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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방【병해】에게 답함 答朴源方【炳海】 가을도 저물어 가는데 그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참으로 깊네. 뜻밖에 김아(金雅)가 나를 찾아왔는데 그대의 편지도 함께 이르렀네. 봉투를 열고 읽어보니 고마운 마음은 마치 구슬을 받든 것 같네. 더구나 조부모, 부모를 즐겁고 기쁘게 모시면서 건강이 매우 좋다고 하니, 더욱 내가 듣기 원하는 마음을 흡족하게 하네. 나는 가을에 서당을 그만 둔 뒤에 집으로 돌아와 병을 조리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네. 그러나 병은 낫지를 않는데도 마을의 수재들이 줄을 서서 모여들어 또한 한바탕 어지러이 떠들썩한 장소가 되고 말았네. 이전 달에 한번 그대가 사는 지역에 찾아가 벽산(碧山)과 경립(景立)의 병에 대해 위문하고서 이윽고 그대 조부모와 부모에게 인사를 드리고서 오랫동안 격조했던 정을 풀어보려고 하였는데, 개인적인 일로 얽매어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였네. 항상 바람을 향해 그리워하는 마음만 내달릴 뿐이네. 가을도 깊고 밤도 기니 참으로 독서하는 사람이 휘장을 드리우고 등불을 가까이 할 때이네 .잘 모르겠네만 우리 벗은 과연 일념으로 긴요하게 힘을 써서 끊임없이 나아가 멈추지 않는가? 부형이 기대하는 것도 이 일이요, 붕우들이 서로 종유하는 것도 또한 이 일이네. 평범하지 않은 성취는 반드시 평범하지 않은 공을 필요로 하니 대단히 힘써 노력하게나. 秋令垂晩。懷想政勤。料襮金雅見訪。惠翰伴至。披玩感戢。如得拱璧。矧審重省歎慶。體節百福。尤愜區區願聞之情。義林秋間罷齋歸家。爲養病自遣計。然病未見蘇。而村秀坌聚。又成一場紛叢之區耳。前月間。擬爲一造貴中。問碧山景立之病。因拜候重庭。爲敍積久之情。私故牽引。迄未遂矣。每向風馳瞻而已。秋深夜長。正是讀書人下帷親燈之時。未知吾友果能一味喫緊。進進不住否。父兄所以期望者。此事也。朋友所以遊從者。亦此事也。非常之業。必待非常之功。千萬勉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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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행【경인】에게 답함 答白子行【景寅】 조아(趙雅)가 와서 인하여 보내준 편지를 받고 당상의 체후가 강녕하며 모든 절도가 마땅한 줄 알았으니, 몇 개월 동안 곁을 떠난 지 오랜 뒤라 기쁨과 다행함, 환희와 경사가 어떠하겠는가? 여로의 피곤함은 실로 염려가 되지만 조섭하여 화평해 지는 것은 생각건대 또한 멀지 않을 것이니, 다시 모름지기 정신을 수습하여 옛 학업에 더욱 힘쓰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스승을 곡할 때에 설위(設位)하는 것은 반드시 묘문(廟門) 밖에 할 것은 없고 자신이 머무는 곳에 따라 실(室)이나 당(堂)에 하는 것이 불가하지는 않네. 3년 복과 1년 복을 입는 경우는 응당 또한 연쇄(練殺)의 절도가 없지 않고, 만약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였다면 하루 전부터 조석으로 망곡(望哭)105)해야 하고 설위는 탁자에 명수(明水)106)만 갖출 뿐, 포물(脯物)은 사용할 필요가 없네. 매달 초하루에 친우들과 함께 곡하는 것 또한 무방하네. 망건(綱巾)은 흰 베로 선을 두르고 흰 끈을 묶는 것 또한 가하네. 趙雅來。因承惠翰。以審堂候康寧。渾節均宜。數月離側之久。喜幸歡慶。爲何如哉。路憊餘苦。固爲關慮。而攝理見和。想亦不遠。更須收拾精神。益勉舊業如何。哭師設位。不必廟門之外。隨其身之所住。而於室於堂。未爲不可。若服三年。期年。則應亦不無練殺之節。若未會葬則。自前一日不可無朝夕望哭。而所設之位。則以卓子具明水而已。脯物不必用也。每月朔與親友同哭。亦無妨也。綱巾之素紕素繫。亦可。 망곡(望哭) 곡을 하는 장소에 직접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 그곳을 향하여 곡하는 것을 말한다. 명수(明水) 현주(玄酒)라고도 한다. 옛날에 제사 지낼 때는 깨끗한 물을 항아리에 담아서 현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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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경【의동】에게 답함 答朴允敬【義東】 새봄이 되어 그리는 마음 전보다 곱절이나 애가 타네. 이런 때 편지를 받으니 더욱 고맙네. 인하여 부모를 모시면서 건강이 근래 더욱 좋아지고 책을 읽으며 학문도 크게 발전함을 알게 되니 매우 듣고 싶었던 바이네. 나에 대해 '지극한 가르침…'이라 하였는데, 나의 학문은 공소하고 지리멸렬하니 어찌 조금이나마 그대의 부지런한 뜻을 감당하겠는가. 더구나 그대 집에는 어진 부형이 있으니 인도하고 가르침에 그대에게 준 계책이 있지 않겠는가. 다만 나의 뜻을 세우고 나의 마음을 보존하여 가르침을 받을 터전으로 삼아야 하네. 그렇지 않는다면 채색할 흰 바탕이 없고 맛을 조화할 단맛이 없을 것이니,71) 장차 무엇을 베풀겠는가. 힘쓰고 또 힘써야 하네. 新春懷想。一倍憧憧。際玆惠音。尤切感沃。因審侍餘動止。近益靖適。居業佔畢。亦且長進。尤協願聞。至誨云云。空疎綻裂。安有一分可以稱塞勤意哉。況家有賢父兄。而所以誘掖指引。靡有遺策者乎。但立吾志存吾心。以爲受敎之地。不然。無自之采。無甘之和。將安所施乎。勉旃勉旃。 채색할……것이니 《예기(禮記)》 〈예기편(禮器篇)〉에 "감미는 모든 맛의 근본이라서 백미(百味)를 조화시키고, 흰색은 모든 색의 근본이라서 어떤 채색이나 받아들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직 충실하고 신실한 사람이라야만이 예를 배울 수가 있는 것이다.[甘受和 白受采 忠信之人 可以學禮]"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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