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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회【상복】에게 답함 答沈景晦【相福】 이별한 뒤 한 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대단히 깊은 정에서 나왔으니, 헤아릴 수 없는 고마움을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 만약 이번에 왔다면 그대의 청범(淸範)126)을 보고서 마음속에 쌓였던 이야기를 펼쳐 내리라 생각했는데, 끝내 기대하던 바를 저버리니 더욱 매우 울적해졌네. 잘 모르겠네만 서늘한 가을에 부모를 모시면서 경전 공부하는데 절서에 따라 건강한지 매우 걱정하네. 나는 얼마 전에 여러 어른을 모시고 고요한 절간에서 노닐었는데, 나의 분수로 헤아려보면 매우 다행한 일이네. 다만 그대 집에 찾아가서 한 자리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매우 한스럽네. 지난번 편지에서 말한 것들에 대해 조목에 따라 대답해주고 싶었는데, 객지에 책이 없어서 참고할 수 없었네. 이에 다만 그 대략만 대충 이해하고 있었네. 대저 미발(未發)의 경계는 말로 표현하기 지극히 어려우니, 움켜잡는다고 안정시킬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찾는다고 보이는 것이 아니네. 움켜잡으려고 하면 더욱 안정시키지 못하며 찾으려고 하면 더욱 보이지 않네. 다만 마음을 엄숙하고 공경하게 지녀 함양하려는 생각과 이치를 연구하여 자신을 다스리는 공을 지녀 오래오래 쉬지 않는다면 절로 이르게 될 것이네. 이 때문에 성인이 사람을 가르칠 때 근거를 두어 지킬 수 있는 곳인 형적(形迹)으로부터 붙들어 세우게 한 것을 볼 수 있네. 고루하여 들은 것이 부족한 내가 감히 그대 질문에 대답할 수 없지만 멀리 있는 벗이 물어보니 답을 하지 않을 수 없네. 이에 대략 대답하면서 그 뜻을 전하니 바라건대 너그러이 이해해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別後一書。儘出情眷。感感沒量。如何可喩。今此之來。意謂得承清範。以展積藴。竟孤所望。旋切悵鬱。未審秋涼侍餘經履。對時衛重。懸溯冞至。義林日間隌從諸長。無於蕭寺閒寂之地。揆以私分。爲幸大矣。但不能前進仙庄。與有一席之穩。是爲悢悢。向書云云。竊欲逐節奉答。而容地無書。不能檢考。而但其大略。則略可領會耳。夫未發境界。極難言。非把捉可定。非尋覓可見。愈把捉愈不定。愈尋覓愈不見。只有莊敬涵養之意。硏究克治之功。久久不息。則自有所到矣。是以聖人敎人。無不自有形迹可遽守處。扶竪出來。此可見矣。固陋無聞。有所不敢。而遠朋惠問。不容無答。玆以略致意焉。幸俯恕。如何如何。 청범(淸範) 상대의 용모와 행동을 높여서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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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행【윤수】에게 답함 答金士行【潤洙】 생각지도 못하게 애존(哀存 상중에 있는 사람의 편지)을 받들고 여러 차례 어루만지자니 감격스러움이 멈추지 않습니다. 편지에서 하신 말씀은 감히 스스로 외면하지 못하고 삼가 소견을 올립니다. 출계자(出繼者 양자로 간 사람)는 본생 부모에 대해 연제(練祭 소상제(小祥祭))를 지낸 후에 치립(緇笠)과 치대(緇帶)를 하여 27개월을 마쳐야 하니 그 사이에는 결코 상복을 바꾸어 입는 절차가 없습니다. 부장기(不杖期)를 하면 담제(禫祭)를 지내지 않으므로 본생 부모에 대해서는 담제가 없고 담제가 없으므로 연제 때 곧바로 치대를 합니다. 또한 지팡이라는 것은, 상인(喪人)이 몸을 극도로 상하여 힘이 없기 때문에 짚고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출입할 때와 곡읍을 할 때는 모두 지팡이를 사용해야 하지만 우제(虞祭)를 거행한 뒤에는 지팡이를 가지고 실(室)에 들어가지 않고 부제(祔祭)를 거행한 뒤에는 지팡이를 가지고 당(堂)에 오르지 않으니33) 이것이 애통함을 조금씩 줄이는 것입니다.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謂外拜承哀存。靡挲數迴。感感無已。示意不敢目外。謹貢愚見。出繼子於本生父母。練後當緇笠緇帶。以終二十七月之數。則其間絶無變服之節。夫不杖則不禫。故於生親無禫。無禫故練祭卽爲緇帶矣。且杖者。喪人致毁無力。故扶杖而起者也。然則出入時。哭泣時。皆所當杖。然虞杖不入於室。祔杖不升於堂。此其殺哀者也。諒之爲望。 우제(虞祭)를……않으니 《예기(禮記)》 〈상복소기(喪服小記)〉에 보인다. 해당 경문에 대해 진호(陳澔)는 "우제(虞祭)는 정침(正寢)에서 거행하고, 제사를 지낸 뒤에는 지팡이를 가지고 실(室)에 들어가지 않는다. 부제(祔祭)는 조묘(祖廟)에서 거행하고 제사를 지낸 뒤에는 지팡이를 가지고 당(堂)에 오르지 않는다. 모두 슬픔이 줄어든 것을 나타내는 절도이다.【虞祭在寢, 祭後不以杖入室. 祔祭在祖廟, 祭後不以杖升堂. 皆殺哀之節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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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권【승규】에게 보냄 與李乃權【承奎】 이전에 덕수(德受)가 귀댁(貴宅) 쪽에서 저에게 와서 앓고 계신 병이 더욱 심해진 상황을 말해주었습니다. 듣고서 놀랍고 염려가 되어 곧장 달려가 안부를 살피고 싶었지만, 저도 건강하지 못하여 신음하면서 오한을 겪느라 자력(自力)으로 움직이기 어려워 그저 탄식만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뜻밖으로 영윤(令胤)이 저를 찾아와 조금 나아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위안을 받았습니다. 좌우(左右)께서 재력이 텅 빈 뒤 끝에 또 이렇게 더욱 오래도록 편안하지 못한 것을 생각할 때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면서도 도울 길이 없어 아무 보탬 없는 염려만 간절할 뿐입니다. 난계(蘭溪)의 종씨(從氏 상대방의 사촌 형제)는 근래 교촌(校村)에 머물고 있습니까? 달포 전의 머리 아픈 일도 안정이 되었습니까? 지나간 일이라 뒤미처 얘기할 필요가 없지만, 종씨가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위로는 연세 많으신 부모님이 계시고 아래로는 어린 자식이 있으니 눈앞에 닥친 형편이 참으로 형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구구한 벗의 심정으로 또한 어찌 근심스럽고 답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것도 운수에 관계되니 오직 마음을 편히 먹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면서 뒤처리를 잘하는 방도나 도모해야 할 따름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曩日。德受自貴邊來。爲道美痾添劇之狀。聞之驚慮。卽欲趨省。而賤身亦且不健沈吟卷婁。難以自力。只庸歎恨。謂外令胤見過。得聞差可之報。慰慰。每念左右事力獲落之餘。而又有此彌久不安之節。未知何以經過耶。愛莫爲助。只切無益之慮而已。蘭溪從氏。近住校村否。月前橫撓。亦爲帖然耶。事屬過境。不須追提。而但從氏以望六之年。上有隆耋下有稚孩。而目前情景。極爲難狀。區區知舊之心。亦安得不悶鬱也。然此亦數運所關。惟有安心坦懷。而圖善後之方而已。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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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뢰【치만】에게 답함 答宋聖賚【致萬】 병으로 고요히 지내는 가운데 어떤 소년이 사뿐사뿐 문으로 들어왔으니, 그 아름다운 용모와 단아한 위의는 묻지 않아도 법도가 있는 집안의 자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어보니 과연 노형의 손자였습니다. 사랑스러운 마음 그지없었습니다. 이윽고 또 보내준 한 폭의 심화(心畫 편지)를 받아서 여러 번 완상하니 감격스러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고마움을 말로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 이 천루함을 돌아보면 얼마나 형편없습니까. 그런데도 그 뜻을 보인 진중함과 마음을 전한 친밀함이 이처럼 지극하단 말입니까. 근래 보양하는 데 신명의 도움이 있으며 기력은 강건하십니까. 사모하여 우러러(르)는 마음 너무나 지극합니다. 저는 앓고 있는 한 가지 질병이 물러나지 않고 있으니 괴롭습니다. 이는 목숨이 다하려는 만년의 상황인데 어찌 오래 살 이치가 있겠습니까. 다만 죽음을 기다릴 따름입니다. 붕우들이 죽고 나서 속마음을 말할 곳이 없으니, 아침저녁으로 대나무 아래 안석 사이에 끊임없이 찾아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저의 질병이 조금 나으면 마땅히 지팡이를 짚고 가서 두 사람이 서로 만나 기쁘게 한번 악수하고 싶은데 병마가 나에게 허락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病榻涔寂。有一少年。翩然入門。其婉孌之容。端詳之儀。不問可知爲法家子弟。問之果是老兄抱孫也。心乎愛矣。不能已也。旣而又進一幅心畫。奉玩數周。感不容喩。謝不容喩。顧此淺陋。何等無狀。而其遣意之重。致情之密。若是其至耶。不審日間頤養有相。氣力康適。懸仰冞至。弟一疾沈綿。五朔不退。苦事。此是濛汜殘景。豈有悠久之理。只當待之耳。但朋知彫落。無可話心此。晨夕一念未嘗不憧憧往來於竹下几屛之間也。賤疾稍可。第當傴僂扶曳。兩衰相對。懽然一握。而未知二竪子爲之假我否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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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화【태영】에게 답함 與朴達華【泰榮】 지난번 일찍이 선향(仙鄕)으로 가는 인편에 서신 1통을 부쳐 올렸는데 과연 받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세밑에 상중(喪中)에 계신 안부와 동정(動靜)은 건강을 해치는 데 이르지는 않으셨습니까. 지난 일이야 말해서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우선 제쳐두느니만 못합니다. 오직 이치에 따라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서 늘그막에 몸을 아끼고 보호하시기만 바랍니다. 저는 위안이 되고 그리운 마음이 간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아우는 재앙이 연이어 닥친 뒤라서 신병(身疾)이 이로 인하여 매우 위중해져서 문을 걸어 닫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으니 그 정경이 형용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한 번 직접 가서 위문을 올리는 의절(儀節)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일상적인 인정과 도리이겠습니까. 비통하고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상황이 이와 같고 이 몸의 처지가 또 이와 같건만 평소에 끊임없이 교유하던 친구들이 아득하여 천애지각(天涯地角)에서 서로를 잊고 있는 듯하니 실의에 빠져 크게 탄식하느라 어떻게 마음을 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頃嘗付上一書於仙鄕便矣。未知果得關聽耶。未審歲暮服體動止。不至有損節否。往事言之何益。不如且除之。惟望遣理坦懷。珍嗇晩景也。慰溯區區。不任懇情。弟禍故荐仍之餘。身疾因以沈劇。杜門叫苦。情景難狀。玆未能一者躬造。以供慰問之儀。此豈平日之情理耶。悲愧萬萬。時象如此。身事又如此。而源源知舊之平日遊從。漠然如厓角之想忘。憮然浩歎。不知所以爲心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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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여37)【광선】에게 답함 答高元汝【光善】 외지고 누추한 곳에 사는 벗을 잊지 않고 외람되게도 현덕(賢德 상대방)께서 안부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형의 고매한 풍의(風儀)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감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소식을 들은 뒤 벌써 석 달이 지났는데 부모를 모시고 지내는 체후는 학문에 정진하면서 더욱 편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형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아우는 온갖 어려움을 겪느라 학업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머리에 가을빛이 들은 것이 지난 몇 해의 소득일 뿐입니다. 친구들과 진력(盡力)하기로 약속했던 뜻을 생각할 때마다 터럭만큼도 보답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에 땀이 옷을 적실 뿐입니다. 문형(文兄)38)께서는 명문가의 뛰어난 후손이고 사문(斯文)의 석유(碩儒)로서 원근 지역에서 성대한 명망을 입은 지 이미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더욱 정진하고 더욱 삼가서 만년을 보중(保重)하고 마무리를 잘하여 보잘것없는 제가 믿고 의지하도록 하십시오. 不忘僻陋一友生。至屈賢德。惠以存訊。非兄風儀之高。何以有之。鳴感僕僕。未審信後月已三弦。侍旁體候。味道增適。遠溯懸懸。弟身嬰百艱。業沒一進。惟鬢畔秋色。是年來所得耳。每念知舊期勉之意。無絲毫可以承答者。只有愧汗沾衣也。惟文兄以名家賢裔。斯文碩儒。已負遠近藹蔚之望。爲多少年所矣。願益情益謹。以爲保晩敦終。使此區區。亦有所毗賴也。 고원여(高元汝) 1855∼1934. 본관은 장택(長澤), 자는 원여(元汝), 호는 현와(弦窩)ㆍ복헌(復軒)으로 고정헌(高廷憲)의 후손이다. 덕암(德巖) 나도규(羅燾圭, 1826~1885)와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1798~1879)의 문하에서 수업하였다. 저서로 《현와유고(弦窩遺稿)》 16권 8책이 있다. 문형(文兄) 글을 논할 수 있는 벗에게 격식을 갖추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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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직에게 답함 答曺仲直 보내주신 편지에, "문을 닫아걸고 수신(修身)하며 독서와 강의를 합니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선비 된 자의 본분이자 실제적인 일입니다. 하물며 지금 시대 상황이 이와 같은 시기에 있어서이겠습니까? 나의 벗이 뜻을 세우고 독실하게 공부하며 더욱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가롭고 잡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역시 뭇 사람들의 공통된 병통이니, 이를 몰아낼 다른 기술은 없습니다. 오직 이치를 점점 밝게 보고, 존양(存養)이 점점 무르익어 오래도록 한다면 절로 마음에 집착이 없는 상쾌함이 생겨날 것이니 어떠한지요? 아득한 이 세상에서 무엇을 구한다는 말입니까? 단지 이 일 하나는 거듭 힘쓴다면 최고의 계책이 될 것입니다. 다만 지구(知舊)들이 흩어지고, 십분 의지하던 이들을 볼 수 없는데 오직 나의 벗이 성실하고 부지런히 힘써 행하며, 매번 나로 하여금 이토록 생각하게 하니, 구구하게 서로 향하는 곳에서 어찌 옷깃을 여미며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열심히 노력하여 우리들 중에 인재가 없다는 책망을 면하게 해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來喩杜門自修。讀書講義。此是爲士者本分實事。況在今日爻象如此之時乎。可見吾友立心篤學。近益進進處也。閑思雜慮。亦是衆人通患。無他術可以驅逐。惟是見理漸明。存養漸熟。久久自有一副灑落處。如何。悠悠此世。所求何事。只有此一事。可以勉勉爲究竟計。但知舊渙散。不見其有十分可倚者。而惟吾友慤實勤勵。每每强人意思如此。區區相向之地。曷勝斂衽。千萬努力。俾免吾黨無人之誚。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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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온에게 주다 與李士溫 지난번 대인(大人) 수연(晬筵)108) 모임에서 그대가 마음을 부지런히 쓰고 힘을 다하며 기쁜 기색과 은근한 얼굴로 모든 일을 잘하여 갖추어지지 않음이 없음을 보았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이른바 열 아들도 많다고 할 수 없고 한 아들도 적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참으로 식견이 지극한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서쪽 해가 지는 일이 임박하였으니 마음을 다하여 봉양하려 하더라도 얼마나 되겠습니까. 오직 더욱 힘을 써서 훗날 미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회갑시【晬韻】는 보낼 인편이 전혀 없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보내드립니다. 비록 글솜씨가 매우 모자라지만 작품을 모은 책의 끝에다 붙여서 우리 두 집안의 자손들이 훗날 세의(世誼)를 다질 자료로 삼는다면 어떻겠습니까? 겨울이 깊어지니 다시 바라건대 글방을 쓸고 휘장을 내려서 예전의 학업을 더욱 깊이 궁구하신다면 그 모두가 그대의 오늘날의 좋은 계책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曩於大人丈晬筵之會。竊見士溫勤心殫力。怡色婉容。凡百供奉。無不備至。古人所謂十子不爲多。一子不爲少。眞知到之言也。西日將迫。忠養無幾。惟益加勉。無有後日不及之恨。如何。晬韻苦無便路。今始送圼雖甚不文。爲付盛什之末。以爲兩家子孫後日講誼之一資。如何。冬令垂深。更願掃塾下帷。尋理舊業。未始非賢者今日之良算。如何如何。 수연(晬筵) 회갑 잔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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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립에게 답함 答朴景立 지난번의 편지에 아직 답장을 보내지 못하여 마음이 편치 못하였는데, 뜻밖에 인편이 와서 편지를 전해주어 어버이의 병을 돌보는 상황이 현저하게 좋아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으니 매우 걱정됩니다. 은혜롭게 보내주신 여러 종류의 선물들은 어떤 일인지요? 이것이 어찌 공재(公齋)나 여점(旅店)에서 깃들어 자고 먹는데 필요한 것이겠습니까? 서로 두텁게 대하는 뜻이 두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포천(抱川)에서 보낸 편지는 어제 도착하였는데, 이에 부쳐 보냈습니다. 관보(寬甫)25)가 앓는다는 병을 들어보니 매우 걱정됩니다. 그 병증을 만약 이른 시기에 치료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다른 병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이 뜻을 그에게 알려주어 조속히 조섭(調攝)하여 치료하기를 바랍니다. 시탕(侍湯)하는 중이라 비록 전일(專一)하게 독서할 수 없을 터이지만 시간과 힘이 허락되는 대로 대략이라도 살펴보아서, 완전히 공부를 물리치는 데 이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주자(朱子)와 진부중(陳膚仲)26)의 한마디 말이 《근사록(近思錄)》 〈가도편(家道篇)〉에 실려 있는데 매우 절실하고 긴요합니다. 이는 집에서 거처하며 일상에서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말입니다. 반드시 여러 곳에 좌우명으로 걸어두고 과정을 시작할 때 보면 좋을 듯합니다. 向書未復。尙庸穎缺。謂表便到。審知湯候尙無顯減之節。爲慮萬。萬惠饋諸種。此何事耶。此豈公齋旅店寄寓宿食之地耶。相厚之義。似涉不厚。抱川書昨日來到。玆以付去耳。寬甫所愼聞甚悶慮。此症若不早早治了。則恐轉成他疾。幸以此意告之。使之不日調治也。侍湯之中。雖不能專一讀書。幸隨時隨力。略綽提省。不至全然頹却也。朱子與陳膚仲一段語。載在近思錄家道篇者。極爲切要。此是居家日用第一語也。必須揭諸座右。視作課程。似好耳。 관보(寬甫) 박종식(朴鍾式, 1903~?)이다. 자는 관보(寬甫), 호는 학전(學田)이다. 본관은 밀양(密陽)이며 달성(達城)에 거주하였다. 이직현(李直鉉)의 제자이다. 진부중(陳膚仲) 명대(明代)의 학자 진공석(陳孔碩)으로 부중은 그의 자(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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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규【기수】에게 답함 答金穉圭【基洙】 봄 날씨가 한창입니다만 남은 추위가 아직도 매섭습니다. 병환은 상태가 어떠신지요? 신이 효성을 도와 장차 건강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우러러 마지않습니다. 마을 서당에 있는 마을 벗들은 강습과 연구에 방도를 갖추어 아침저녁으로 차분하게 몰두하여 서로를 계발하는 것이 많습니다만 아우만 한결같이 예전대로 하찮은 일로 바쁘고 고달프기만 합니다. 다만 봄이 오면서 마침 계곡 산장의 풍미(風味)가 나쁘지 않은 시절입니다. 매번 지팡이를 짚고 배회할 때마다 친구가 한 번 찾아와 함께 감상하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문견(文見), 흥서(興瑞 문흥서(文興瑞)) 제형은 근래 형편이 어떠십니까? 과거 시험 날짜가 멀지 않았는데 제형은 혹시 서울에 가시지 않는지요? 아우처럼 형편없는 사람이야 더욱 어찌 논할 수 있겠습니까. 날이 따뜻하고 꽃이 활짝 피었으니 이렇게 좋은 계절을 맞이하여 과거장에 있는 사람은 되지 못하더라도 유독 한바탕 문주회(文酒會)라도 열지 못하겠습니까. 제형과 도모해보고자 합니다. 삼가 형의 병환이 차도가 있으실까요? 겨를이 없어 각각 안부를 여쭙지 못하니 잘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春令方申。餘寒尙峭。湯候加減何居。神相誠孝。行將回和。以是企顒。村塾村友。講討有方。盺夕從容。警發相多。弟一是依舊勞碌。但春來。峽庄風味。正自不惡。每扶笻徜徉。思得故人一來共看。而不可得也。文見興瑞諸兄。近作何狀。試日不遠。諸兄或有觀光者否。如弟腐臭。尤何足論。日暖花明。趨此住辰。縱不能作擧子場中人。獨不得爲一場文酒會耶。願與諸兄圖之也。謹兄所愼見愈否。忙未各候。幸爲照及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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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집【재훈】에게 답함 答鄭相集【在勳】 영포(令抱 상대방의 손자)께서 고상하고 조심성이 있어 교유한 지 몇 년 되었습니다. 대개 지례(芝醴)는 본원이 있음48)을 알기에 높은 의리를 흠앙한 것이 실로 얕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지난달에 처음 선장(仙庄 상대방의 집)을 방문하여 평소 덕스러운 풍모를 뵙고 싶은 소원을 이루었으니, 사사로운 분수에 감사하고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나 또 이렇게 손자를 보내서 더욱 곡진하게 안부를 물어주셨으니, 공경히 받들고서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생각건대 천루하고 용렬한 이가 사람 축에 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지나치게 대우해 주시니, 실로 가당치 않습니다. 더구나 손자를 가르쳐 달라는 부탁은 더욱 매우 송구하여 진땀이 납니다. 고인이 말하기를 "학문에 힘쓰는 것은 스승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것만 한 것이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대저 스승을 구하는 것은 인가(人家)의 자제가 가장 먼저 힘써야 할 부분이라 매우 신중해야 할 곳인데 어찌 이처럼 우유부단한 자가 감당할 수 있는 바이겠습니까. 부디 잘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끝내 멀리하지 않고 서로 절차탁마한다면 실로 노년(老年)에 만회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令抱蘊藉勤勅。與之游有年。蓋知其芝醴之有自。而欽仰高義。實不淺尠。乃於去月。姶得經過仙庄。有以獲償其平日覿德之願。私分感幸。退而月已。又此委送令抱。存訊問遺。愈益繾綣。祇受欽領。不知所以爲謝。自惟淺劣。何足齒數。而致此過禮。固不稱當。況令抱從學之託。尤極悚汗。古人曰。務學不如務求師。夫求師是人家子弟最初第一着。十分審愼處。而豈悠悠如此生者。所可擬況乎。千萬諒察。若其終始不遐。互相切磨。則實老生桑楡之幸也。 지례(芝醴)는 본원이 있음 지례는 영지(靈芝)와 예천(醴泉)을 말하는데, 훌륭한 조상의 근본을 뜻한다. 옛말에 "신령한 지초[靈芝]와 단맛의 샘[醴泉]은 반드시 뿌리와 근원이 있다."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상대방의 손자가 휼륭한 가문에서 성장하여 법도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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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홍【원현】에게 답함 答鄭琦弘【遠鉉】 형께서 장성(長城)에 가신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혹시 돌아가는 길에 저를 찾아오실까 생각했었는데, 내 집 아이의 말을 들으니 사정이 생겨서 지나치셨다고 하였습니다.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데 뜻밖으로 젊은 사람과 동자(童子)가 날 듯이 문으로 들어오기에 누군지 물었더니 영종(令從)과 영윤(令允)이었습니다. 위로가 되고 마음이 놓이는 것이 형을 뵙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었겠습니까. 하물며 한 통의 편지가 따라왔으니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편지를 본 이후로는 더욱 그리운 마음이 깊어갑니다. 책자전(冊子錢)은 수효에 맞추어 잘 받았습니다. 다만 생각건대 형께서 넉넉지 않은 형편으로 이렇게 곤궁한 시절을 만나 어떻게 이 돈을 마련하셨습니까? 선현(先賢)을 사모하고 자손을 광구보익(匡救輔翼 잘못을 바로잡아 도와줌)하는 계책이 실로 흠앙(欽仰)스럽습니다. 며칠 전에 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의 호)의 편지를 받으니 이달 그믐 안으로 책을 나누어준다고 합니다. 그때 응당 전인(專人)이 가져올 것입니다. 아우는 보름 이후로 구례(求禮)에 가려고 하는데, 대체로 영남(嶺南)의 여러 벗과 약속을 정하여 중간에서 서로 만날 계획입니다. 聞兄作長城之行。意或回程見過。及聞鄙豚語。以有礙而戞過云。悵然失圖。謂外有一少年一童子。翩然入門。問之是令從及令久也。慰豁開浣。與拜兄何間。況有一幅心畫隨之。警讀以還。尤用傾倒。冊子錢照數謹領。第念兄以不贍之力。際此窮節。何以辦此。其所以思慕先賢。救翼子孫之計。實可欽仰。日間得松沙書。以今晦內分冊云。其時當專人運來耳。弟望後作求禮行。蓋嶺南諸友有約。爲中路相見計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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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암 어른을 모시고 최계남【숙민】, 정애산, 기송사186)【우만】 등 여러 벗들과 칠불사187)를 유람하다 陪勉庵崔丈。與崔溪南【琡民】鄭艾山奇松沙【宇萬】諸友。遊七佛寺 선생이 지팡이 짚고 남악을 유람하니 (先生杖屨遊南嶽)신비하고 신령한 곳에서 비로소 시를 지었네 (神秘靈區始賞音)우연히 부생이 낭풍188)에 오르고 싶은 소원 이루고 (偶遂浮生登閬願)겸하여 평소 스승처럼 모시고 싶은 마음을 갚았네 (兼酬平日執鞭心)쌍계의 옛 나루엔 외로운 구름이 지나니 (雙溪古渡孤雲去)칠불사 어느 누대에서 옥보를 찾을까 (七佛何臺玉寶尋)더구나 다시 시원하고 날씨가 좋으니 (況復新涼天氣好)도처에서 마음대로 읊조려도 무방하리 (不妨到處盡情吟) 先生杖屨遊南嶽。神秘靈區始賞音。偶遂浮生登閬願。兼酬平日執鞭心。雙溪古渡孤雲去。七佛何臺玉寶尋。況復新凉天氣好。不妨到處盡情吟。 기송사(奇松沙) 기우만(奇宇萬, 1846~1916)이다. 본관은 행주(幸州), 자는 회일(會一), 호는 송사이다. 전라남도 장성 출신으로, 참봉 벼슬을 하였으므로 기참봉으로 불렸다. 호남에서 이름이 높았던 참판 기정진(奇正鎭)의 손자로서 그의 학업을 이어받아 일찍이 문유(文儒)로 추앙받았다. 칠불사(七佛寺)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지리산 반야봉에 있는 사찰이다. 낭풍(閬風) 신선이 산다는 곤륜산 꼭대기에 있는 봉우리로, 낭풍전(閬風巓) 또는 낭풍대(閬風臺)라고 한다. 굴원(屈原)의 「이소경(離騷經)」에 "아침에는 내 백수를 건너고 낭풍에 올라서 말고삐를 매려네.[朝吾將濟於白水兮, 登閬風而緤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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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애36) 민 어른【주현】께 올림 上沙厓閔丈【胄顯】 삼가 봄이 저물어 가는 가운데 대감의 체후는 편안하신지요. 새로 우거하는 곳은 조용하고 한가하여 만년에 편안히 수양하기에 알맞은 곳이리라 생각됩니다. 문장(文丈)께서는 안으로 가정에서 익히고 밖으로 스승에게 배웠으니, 바른 학문과 높은 덕의는 실로 오늘날 후배들이 의심스러운 것을 질정하고 덕을 상고하는 터전이 됩니다. 하지만 궁벽한 시골에 칩거하며 가난과 병으로 고생하느라 아직도 나아가 책상 아래에서 절하고 문 앞을 쓰는 예를 펴지 못하고 있으니, 서운하고 슬픈 저의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어른의 숙부이신 교채와(咬菜窩) 선생37)이 지은 《심경주해(心經註解)》는 소생이 몇 해 전에 읽은 적이 있습니다. 박학하고 정밀하여 사문을 보호한 것에 대해 탄복하였는데, 문득 세상을 떠나셨기에 가까이서 모시지 못한 것이 너무나 한스럽습니다. 듣건대 그 맏아들 되시는 어른께서 그 가법을 계승하여 명망이 높다고 하니, 저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삼가 몇 글자의 편지를 보내 안부를 묻는 것을 대신하고자 하였지만 노쇠하고 병든 몸이라 어려움을 꺼려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伏未審春暮台體寧適。新寓蕭散。其爲晩景燕養。想有其所矣。文丈內襲家庭。外事師友。其學問之正。德義之崇。實爲今日後生質疑考德之地。而跧伏窮峽。困於貧病。尙未有拜床掃門之禮。下情悵缺。爲何如哉。尊叔父咬菜窩先生所撰心經註解。生讀之有年。嘆其博洽精微。羽翼斯文。而奄成千古。未得摳衣爲至恨。聞其胤丈繼述厥模。聲望隆重不覺斂衽。切欲以數字代候。而衰疚在躬。畏難未果耳。 사애(沙厓) 민주현(閔冑顯, 1808~1882)으로, 본관은 여흥(驪興), 자는 치교(穉敎), 호는 사애이다. 매산(梅山) 홍직필(洪直弼)의 문인이다. 44세에 경과 정시(慶科庭試)에 급제하였다. 관직에 있을 때 국방과 교화에 대한 정책을 주장하였고, 만년에는 학문을 강론하면서 후진양성에 전념하였다. 《사애집(沙厓集)》을 남겼다. 교채와(咬菜窩) 선생 민백촉(閔百爥, 1779 ~ 1851)으로, 본관은 여흥(驪興), 자는 욱지(郁之), 호는 교채와(咬菜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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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환【갑기】에게 답함 答宋永煥【甲基】 한 폭의 덕음(德音)을 받고 놀란 듯이 하여 어루만지면서 되풀이해서 읽자니 매우 위로가 되었습니다. 서한을 통해서 남쪽에 이른지 여러 날이 되었고 부모님을 모시면서 경서를 공부하는 안부가 줄곧 여유롭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얼마나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이겠습니까. 다만 근래에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장을 외우는 것은 우리 유자(儒者)가 살아가는 방도가 아니고 명리(名利)를 뒤쫓는 것은 우리 유자의 원대한 계책이 아닙니다. 최고의 진전(眞詮)의 첫 번째 법문(法門)은 집을 벗어나지 않아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고인이 자기에게서 구하고 남에게 구하지 않으며 내면에 힘쓰고 외면에 힘쓰지 않았던 까닭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가죽이 없는데 털을 장차 어디에 붙이겠으며 토대가 없는데 집을 장차 어디에 짓겠습니까. 생각건대 우리 벗께서도 이 점에 대해서 이미 환히 알고 계시며 단서를 만들고 근본을 수립하는 방도에 잘못됨이 없습니다. 굳이 이처럼 소경이나 귀머거리에게 억지로 보고 듣기를 강요하여 그들이 본 것을 찾고 들은 것을 빌리겠습니까. 도리어 부끄럽습니다. 게다가 저 같은 자는 어려서 학문을 익히지 못하고 늙어서도 알려진 것이 없이 산 아래로 기우는 해처럼 목숨이 다해가는 만년이니 어찌 이 세상에 역할이 있고 없고를 따지고 사우(士友)들 사이에서 우열을 따질 수 있겠습니까. 단지 하문(下問)하시는 성의를 입어 감히 용서받을 수 없는 말씀을 올립니다. 굽어살피고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一幅德音。得之若驚摩挲繙閱。慰沃良深。仍審南至有日。侍旁經履。一盲佳裕。何等願聞之至。但未知近來所讀何書。所業何事。文詞記誦。非吾儒活計聲利追逐。非吾儒長算。太上眞詮。一等法門。不出戶而存焉。此古人所以求諸已而不求諸人。務於內而不務於外者也。不然支皮之不存。毛將安附。基之不有。室將安築。想吾友已瞭然於此。而所以造端立本者。無有滲漏矣。何必使之勉强盲聾。而索視借聽乃爾耶。旋用愧愧。況如愚者。少而失學。老而無聞。奄奄晩景。如日下山。何足有無於斯世。而上下於士友間哉。特荷垂訊之勤。敢效不恕之言。幸俯諒而恕存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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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중함【회철】에게 답함 答梁仲涵【會澈】 뜻밖에 정다운 편지가 손에 들어왔으니, 감사한 마음 능히 표현하지 못하겠네. 인하여 어버이를 기쁘게 모시는 체후와 절도가 더욱 복된 줄 알았으니, 실로 듣고 싶은 마음에 흡족하였네. 편지에서 "점검하는 것이 날로 해이해지고 성의가 독실하지 못하다."라고 하였으니, 스스로 반성하기를 매우 치밀하게 하면서도 날을 부족하게 여기는 뜻을 볼 수 있었네. 무릇 하루 12시 가운데 이렇게 점검하여 조금이라도 유유하게 보내는 마음과 태도가 있지 않도록 한다면 학문하는 도에 큰 근본이 설 것이니, 어찌 마장(魔障)이 많이 침범하여 변화하기가 실로 어려움을 근심하겠는가? 그러나 처음 길에 들어서는 곳에서는 오로지 독서하여 앎을 지극하게 하는데 달려 있을 뿐이네. 《논어》의 박문(博文)과 《맹자》의 명선(明善)과 《중용》의 도문학(道問學)은 이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매번 생각건대 그대는 총명하고 개오(開悟)한 재주로 고인의 위기(爲己)의 학문134)에 뜻을 두고 있고, 또 부모님이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하여 봄의 좋은 시절이니, 내가 종유하는 사이에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그대에게 있지 않은 적이 없었네. 부디 힘써 노력하시게. 謂外情幅入手。感沃不能名諭。仍審侍省怡愉。體節增祉。允副願聞。示喩點檢日弛。誠意不篤。可見自省甚密。惟日不足之意也。大抵一日十二時。若是點檢。勿使少有悠悠意態。則爲學之道。大本立矣。何憂乎魔障之侵多。變化之實難也。然其開頭入路處。則專在乎讀書而致知耳。論語之博文。孟子之明善。中庸之道問學。其非謂是耶。每念吾友以聰明開悟之才。有意於古人爲己之業。而且在俱存無故。靑陽好時節。區區所以期望於遊從之間者。未嘗不在於左右也。勉旃勉旃。 위기(爲己)의 학문 자신의 덕성을 닦기 위해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자세한 내용은 앞의 주석 '위기(爲己)와 위인(爲人)'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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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선【병례】에게 답함 答曺亨善【秉禮】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막 일어나는데, 그대를 그리는 마음은 참으로 깊어지네. 오랫동안 격조한 가운데 뜻밖에 화려한 문장의 편지를 받아보니, 어찌 다만 공청(空靑)97)의 귀함 뿐이겠는가. 고마운 마음 말로 표현하기 어렵네. 인하여 조부모와 부모를 기쁘게 모시면서 신령이 도와 건강하다고 하니 실로 지극히 듣기 원하는 바이네. 나는 얼마 전에 생도들을 물리쳐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으니, 대개 노쇠함과 병환이 몸을 공격하여 견디기 어렵네. 봄철 강회에 그대가 찾아와 자리를 빛내주길 바랐는데 끝내 발걸음을 아꼈으니, 잘 모르겠네만 가을 강회 때는 분명코 멀리하지 않으시겠지. 우러러 그리는 마음 항상 간절하네. 항상 생각하건데 덕 있는 가문의 의를 행함이 사림에 알려진 지 오래 되었는데 3~4대가 모두 생존하여 아무 일 없이 지내는 것이 또한 이와 같으니, 하늘이 덕 있는 이를 돕는 것은 이치상 참으로 마땅하네. 원컨대 우리 벗은 이런 좋은 운수와 좋은 시절에 미쳐 부지런히 학문에 힘써서 옥처럼 자신을 만들어98) 하늘의 두터운 은택에 보답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秋凉初動。懐人政勤。料外賁翰入手。積阻之餘。何啻空靑之爲貴也。感感不容喩。因承審重省歡慶。神相百福實協願聞之至。義林日前謝。遣生徒。歸臥於家。盖衰疾侵凌。有難甚耐也。春講固俟賁臨。而竟靳跫音。未知秋講果爾不遐否。瞻注每至。每念德門行義。聞于士林久矣。而三四世俱存無故又如此。天相有德。理固冝然。願吾友迨此好氣數好時節。勉勉進學。益用玉成。以答天餉之厚。如何如何。 공청(空靑) 한약 약재의 한 종류이다. 옥처럼 자신을 만들어 송(宋)나라 장재(張載)의 〈서명(西銘)〉에 "빈궁과 걱정 속에 처하게 함은, 그대를 옥으로 이루어 주려 함이로다.[貧賤憂戚 庸玉汝於成也]"라는 말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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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일에게 답함 答文斗一 보여준 내용이 자세하여 읽어봄에 나로 하여금 감탄하게 하였네. 붕우의 도움은 실로 없을 수 없으나 어버이의 연세가 많으면 형편상 멀리 나가 놀 수 없으니, 집의 글방을 깨끗이 청소하여 형제와 책상을 마주하는 것이 어찌 최선이 아니겠는가? 독서하여 이치를 궁구하다가 의심스럽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원근의 친구들과 편지를 왕복하며 강토하면 붕우의 도움이 없지 않을 것인데, 하필 양식을 찧고 채찍을 잡아 훌륭한 스승을 두루 찾아다닌 뒤에야 도움이 된다고 하겠는가? 이것은 거의 오늘날 퇴폐한 풍습이네. 좋은 스승은 내 마음에 있다는 것은 또한 긴요하고 절실한 말이네. 마음에 갖춘 것은 바로 천리이네. 이 때문에 존심(存心)이 하늘을 섬기는 것이고 기심(欺心)이 하늘을 속이는 것이네. 하루하루 사이에 자신의 마음을 엄한 스승으로 여겨 감히 태만하지 않고 감히 속이지 않아, 오래도록 지속하여 간단(間斷)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물욕이 물러나고 천리가 유행할 것이네. 오호라! 감히 태만하지 않는 것은 경(敬)이고, 감히 속이지 않는 것은 성(誠)이네. 이것은 예로부터 여러 성현이 서로 전한 비결이니, 힘쓰시게. 示中縷悉。讀之令人發歎。朋友之助。固不可無。然親年邵隆。勢不可遠遊。則淨掃家塾。兄弟對床。豈非善之善者乎。讀書窮理。有所疑晦。則往復講討於遠近知舊之間。未嘗不是朋友之助。何必舂粮執策。遍歷周訪而後謂之助哉。此殆今日之敝風也。良師在吾方寸間。亦是緊切語。心之所具。卽天理也。是以存心所以事天也。欺心所以欺天也。日日之間。以已心爲嚴師。不敢慢不敢欺。久久接續。無容間斷。則物欲退聽。天理流行。嗚乎。不敢慢。敬也。不敢欺誠也。此是從古群聖相傳旨訣。勉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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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회【승엽】에게 답함 答金汝晦【承燁】 손자가 그대가 있는 곳으로부터 돌아온 뒤로 한결같이 소식을 듣지 못하였는데, 가을바람이 집에 불어오자 문득 편지가 따라 이르렀으니, 위로되는 마음 어찌 말하겠는가? 또 어버이를 모시며 지내는 생활이 절서에 따라 보중한 줄 알았으나 다만 형제의 근심과 아내의 병환이 오래 도록 낫지 않은 지 여러 날이 되었으니, 이 때문에 놀랍고 염려되네. 해상(海上)에 있는 안경백(安慶伯)에게 경서를 배우다가 이 때문에 그만두고 돌아와 의원을 찾고 약을 수소문하니 그 괴로움이 어떠하겠는가? 먼 외지에서 단지 무익한 생각만 간절할 뿐이네. 그러나 화락한 군자를 신명이 도우니, 어찌 조화를 얻어 태평해지는 경사가 없겠는가? 이것으로 기도하고 축원할 뿐이네. 의림(義林)은 봄과 여름동안 병으로 신음하였고 가을이 되어도 낫지 않았는데, 바로 한 달 전에 재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그저 시름을 달래는 계획을 하고 있을 뿐이네. 책자는 단지 여가가 생기는 날에 열람할 계획이니, 헤아려 주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음식을 고맙게 보내주었는데, 그대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처지에 조석으로 필요한 모든 것들이 반드시 넉넉하지는 않을 것인데, 어찌 지나치게 벗에게까지 보내주는 것인가? 매우 감사한 나머지 문득 불안한 마음 절실하네. 孫兒自那上還後。一向不聞消息。秋風入庭。便書隨至。慰豁何言。且審侍省起居。連序衛重。而但棣憂閤患。彌留有日。是庸驚慮。海上經帷。以是撤還。而尋醫問藥。其苦何如遠外只切無益之思而已。然神相愷悌。豈無天和回泰之慶。以是祈祝耳。義林春夏吟病。至秋不愈乃於月前。罷齋歸家。爲聊且自遣計耳。冊子。第以餘日爲看閱計。諒之如何。惠饋。賢在篤老下。朝夕凡百。想必不贍。而何以過及於朋友耶。感感之餘。旋切不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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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남 홍경좌72)【채주】를 방문하여 회포를 풀다 訪鳳南洪卿佐【埰周】酬懷 오늘 그리움에 물가에 이르니 (今日相思到水頭)주인은 나를 맞이하려 서루에서 기다리네 (主人邀我倚書樓)월계수 사이에는 봄빛이 감돌고 (月桂樹間春色在)금오산 아래에는 골짜기에 구름이 머무네 (金鰲山下洞雲留)연조에서 검가 부르던 이73) 모두 방랑하던 자취이고 (燕趙劍歌皆浪跡)진당에서 시 짓고 술 마시는 이74) 모두 한가한 부류일세 (晉唐詩酒摠閑流)몇 년 전부터 서로 따른 것 무슨 뜻이었던가 (年來追逐曾何意)오직 공부하고 노력하여 구하는 것이었네 (惟有功夫努力求) 今日相思到水頭。主人邀我倚書樓。月桂樹間春色在。金鰲山下洞雲留。燕趙劒歌皆浪跡。晉唐詩酒摠閑流。年來追逐曾何意。惟有功失努力求。 홍경좌(洪卿佐) 홍채주(洪埰周, 1834~1887)이다. 본관은 풍산(豐山), 자는 경좌(卿佐), 호는 봉남(鳳南)이다. 연조(燕趙)에서……이 전국 시대 연(燕)·조(趙)에는 자객(刺客) 형가(荊軻)처럼 비분강개하는 호걸들이 많이 있었다. 전국 시대 때 자객인 형가가 연나라 태자 단(丹)의 부탁을 받고 진왕(秦王)을 죽이러 떠날 적에, 축(筑)의 명인인 고점리(高漸離)의 반주에 맞추어 「역수한풍(易水寒風)」이라는 비장한 노래를 부르고 작별했다는 고사가 유명하다. 『戰國策 燕策3』 진당(晉唐)에서……이 진(晉)나라 시대는 죽림칠현(竹林七賢)으로 이름난 혜강(嵇康), 완적(阮籍), 완함(阮咸), 산도(山燾), 상수(向秀), 유령(劉伶), 왕융(王戎) 등 명사들이 모여 시주(詩酒)를 즐기고 노장(老莊)에 대해 담론한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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