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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일어나 감회를 쓰다 夜起書感 산당의 적막한 밤 (山堂寂寞夜)나의 서글픈 감회를 일으키네 (起我感傷心)평소 어버이 뜻을 어겼고 (平日違親志)때마다 성인의 경계를 저버렸네 (及時負聖箴)이미 옥루에 부끄러움이 많으니253) (已多屋漏愧)하늘의 살펴봄을 피하기 어렵네 (難逭天監臨)아, 내 몸을 위한 계책 (嗟爾身家計)어찌 정성스럽게 찾지 않으랴 (盍將眷眷尋) 山堂寂寞夜。起我感傷心。平日違親志。及時負聖箴。已多屋漏愧。難逭天監臨。嗟爾身家計。盍將眷眷尋。 옥루(屋漏)에 부끄러움이 많으니 옥루는 방에서 가장 으슥한 서북쪽 모퉁이의 신주(神主)를 보관하는 곳으로, 사람들의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곳을 뜻한다. 『시경』「억(抑)」에 "네가 방 안에 있는 것을 보건대 옥루에도 부끄럽지 않게 한다[相在爾室, 尙不愧于玉漏.]"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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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길【태규】에게 답함 答朴贊吉【泰奎】 찾아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연이어 은혜로운 편지를 받아 이슬에 손을 씻고 경건하게 읽어보니, 기쁘기가 마치 함께 만나서 서로 토론하는 것 같아서 옷깃을 여기며 공경하는 마음 다 말할 수 없습니다. 편지를 받고 부모님을 모시고 형제들과 즐겁게 지내는 정황이 한결같이 평안함을 알게 되었으니, 참으로 만나고 보고 싶은 마음에 부합합니다. 저는 몸의 병이 깊고 오래되어 더 심해지기만 하고 나아지지 않아서 다만 저승사자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보내준 편지의 뜻은, 상세히 잘 알겠으며 근심스럽고 괴로운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오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듯 상황이 좋지 않게 된 것은 온 세상이 온통 그러해서 만회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탄식한들 어찌하겠습니까? 세에 길이 전할 선친의 행장(行狀)을 지어 달라는 부탁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나 평소 어울려 노닐던 벗인데 어찌 굳게 사양하겠습니까? 부디 헤아려 용서해 주십시오. 紆顧屬耳。繼而承此惠問。盥露莊讀。怳然若盍簪相討。不勝斂袵。憑審庭省棣樂。一視安迪。實副覯降之情。義林身疾沈綿。有加無減。只俟符到而已。示意覼縷奉悉。而可見憂傷之心。下喬入幽。擧世滔滔。莫可挽回久矣。浩歎奈何。先狀不朽之託。我非其人可以堪當。而在平日遊從之友。豈可牢辭。幸惟諒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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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을 면려하다 勉諸生 제생들 엄숙하게 한 경전 통달하니 (諸生秩秩一經通)산당은 눈 위의 달빛 속에 적막하네 (寂寞山堂雪月中)몸단속하고 남을 따름은 두 가지 일 아니니 (處己隨人非二事)그 요체는 다만 다르면서 같은 데 있네 (其要只在異而同) 諸生秩秩一經通。寂寞山堂雪月中。處己隨人非二事。其要只在異而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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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회재 운에 차운하다 次講會齋韻 남방 경치 아름다운 곳에 (南方山水地)일대 시서의 객이 모였네 (一代詩書客)진중하게 경계한 가르침 있으니 (珍重箴規存)문을 열고 예성석(禮星石)을 대하네 (開門對禮石) 南方山水地。一代詩書客。珍重箴規存。開門對禮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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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귀정 원운 詠歸亭原韻 부춘의 산수에서 정령을 기르니 (富春山水毓精靈)많은 선비들 질서 있어 강론하는 곳 맑네 (多士蹌蹌講宇淸)천 길을 나는 봉황의 기상 알고자 한다면 (欲識鳳飛千仞像)모름지기 비파를 가지고 남은 소리 다스려야 하네 (須將瑤瑟理餘聲) 富春山水毓精靈。多士蹌蹌講宇清。欲識鳳飛千仞像。須將瑤瑟理餘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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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오【병휘】에게 답함 答金玟五【柄輝】 60년에 걸쳐 같은 시대를 살면서 이웃으로 지냈지만, 지난번 한 번 뵈었던 일이 아니었다면 한 번도 뵙지 못한 채 저세상 사람이 되지 않았겠습니까. 흰머리에 풍모가 뛰어나 우러러볼 만하셨습니다. 헤어진 뒤의 서글픈 마음을 어찌 견디겠습니까. 뜻하지 않게 보내주신 편지가 뒤따라 이르러 이슬로 두 손을 씻고 공경스럽게 읽었더니 완연함이 마치 예전에 뵐 때의 의용과 광채를 눈으로 보는 듯하였습니다. 위로되고 고마운 마음을 말로 표현할 방도를 모르겠습니다. 편지를 통해 정양(靜養)하시는 중에 신의 도움이 있어 체후(體候)가 더욱 편안하심을 알았으니 함께 노쇠한 처지에 듣고 싶은 말 중에서 이보다 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의림(羲林)은 늙고 병약해져 시름시름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학업은 흩어지고 퇴락하였으니 어찌 일찍이 사소한 자취라도 있겠습니까. 광채를 드러낼 책략도 없고 뒤미쳐 보완할 방도도 없으니 그저 세상의 변화에 몸을 맡기면서 죽기나 기다릴 뿐입니다. 竝世隣壤六十年。苟非疇曩一面。其不作隔世人耶。白首風儀。偉然可仰。別後愴悢。曷在懷思。謂外惠函隨至。盥露莊讀。完然如覩曩拜時儀光。慰沃感豁。不知所以言諭。仍審靜養有相。體候增適。同衰願聞。何踰於此。義林衰病侵凌。㱡㱡捱過。至於舊日之業。渙散頹落。何嘗有一分影響哉。圓光沒策。追補無階。只得付諸氣化。以俟溘然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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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재197) 운에 삼가 화운하다 謹步竹林齋韻 죽수198)의 동남쪽에 죽림이 있으니 (竹樹東南有竹林)경영하고 재물 모으려 몇 년이나 마음 썼나 (經營蓄聚幾年心)문장과 재주 많은 곳이라 좋은 이웃 맺고 (詞園藝藪芳隣結)명성이 있는 집안이라 여운이 깊네 (著姓名家餘韻深)연회석에는 풍류가 있어 벗을 맞아 즐기고 (樽俎風流邀友樂)시서는 일정을 정해 아이를 가르치네 (詩書程曆課蒙吟)이 재사에서 공부한 것 내 어느 날이었나 (此齋遊業余何日)백발의 나이에 아, 어긴 옛 약속을 찾네 (白髮嗟違舊約尋) 竹樹東南有竹林。經營蓄聚幾年心。詞園藝藪芳隣結。著姓名家餘韻深。樽俎風流邀友樂。詩書程曆課蒙吟。此齋遊業余何日。白髮嗟違舊約尋。 죽림재(竹林齋)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분향리에 있는 재사이다. 원래 죽림(竹林) 조수문(曺秀文, 1426∼?)이 건립한 정사로서 대대로 창녕조씨 문중의 강학장소로 이용되었다. 초창건물은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시 귀중한 문서와 함께 소실되었고, 1623년(인조1)에 죽림의 6대손인 삼청당(三淸堂) 조부(曺簿)에 의해서 중건되었다. 죽수(竹樹) 전라남도 능주의 옛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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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1905) 그믐날 밤에 乙巳除夕 밤새 잠들지 못하고 등잔불을 바라보니 (通宵不寐對燈紅)해마다 사람이 같지 않음을 탄식하네 (歎息年年人不同)회갑의 마지막 날 밤이 또 지나가니 (周甲又從今夜去)내일이면 육십이 세의 늙은이라네 (明朝六十二年翁) 通宵不寐對燈紅。歎息年年人不同。周甲又從今夜去。明朝六十二年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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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귀정에 아홉 성현의 진영을 봉안하고, 인하여 벗 안순견을 추억하다 詠歸亭奉安九聖賢遺眞因憶安友舜見 영귀정에서 읊조리며 돌아가는 나그네 (詠歸亭上詠歸客)예성산 앞 예성 사람이었네 (禮聖山前禮聖人)당년에 경영하느라 누가 몹시 애썼는가 (當年經紀誰偏苦)송하146)는 지금 솔 아래 먼지가 되었네 (松下今爲松下塵) 詠歸亭上詠歸客。禮聖山前禮聖人。當年經紀誰偏苦。松下今爲松下塵。 송하(松下) 안국정(安國禎, 1854~1898)의 호이다. 그의 자는 순견(舜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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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서196)【준채】에 대한 만사 挽朴禹瑞【準彩】 우당이 서거한 뒤에 덕헌이 있었는데 (愚堂逝後德軒在)덕헌이 지금 또 죽을 줄 누가 생각했나 (誰謂德軒今又歸)십 년의 시주는 이전에 활발하였고 (十年文酒先天闊)일대 풍류는 지금 세상에 드무네 (一隊風流此世稀)해망산 앞 봄은 적적하고 (海望山前春寂寂)안심대 아래 달빛은 의구하네 (安心臺下月依依)백발의 벗이 와서 상여 끈을 잡으니 (白髮友生來執紼)석양녘 이릉에서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爾陵殘日淚盈巾) 愚堂逝後德軒在。誰謂德軒今又歸。十年文酒先天闊。一隊風流此世稀。海望山前春寂寂。安心臺下月依依。白髮友生來執紼。爾陵殘日淚盈巾。 박우서(朴禹瑞) 박준채(朴準彩, 1839~?)이다. 본관은 밀양(密陽), 자는 우서, 호는 덕헌(德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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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립에게 보냄 與朴景立 일전에 덕현(德峴)에서 길이 나뉠 적에는 날이 이미 저물어 깜깜하였습니다. 모르겠습니다만 길을 잘못 들지 않고 잘 돌아가셨는지요?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날 출입을 적게 하고 말을 신중히 하라는 경계는 참으로 당연합니다. 그로 인하여 근래에 출입이 약간 번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는 진실로 일의 형세 상 부득이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말하는 것에 있어서도 또한 조리가 없거나 함부로 내뱉는 잘못이 없을 수 없으니 뒤미처 생각해보면 더욱 안타깝습니다. 나의 벗이 아니라면 누가 이러한 것으로 서로 경계해 주겠습니까? 단지 마땅히 밤낮으로 지니며 경계할 요점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경립(景立) 역시 마땅히 더욱 경계하고 힘써 마음을 깨끗이 하고 토대를 굳게 세워 태만하고 느긋하게 머뭇거리는 습관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상종하면서 바라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이렇게 나이가 젊고 기력이 왕성한 시절에 이처럼 하나의 큰일을 변별해 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日者德峴分路。日已昏黑矣。未知歸稅無撓否。懸懸不已。向日簡出入愼言語之戒。固當。因審比來出入稍煩者。此固事勢之所不得已。而於言語。亦不無支離放失之過。追念恨恨。非我友。孰能以此相規乎。第當以爲日夕警佩之要也。景立亦宜益加警惕。洗心立脚。勿使怠緩因循之習。得以間之也。吾輩相從。所望何事。迨此年力富强之日。辨得此一大事。至祝至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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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회고 廣州懷古 광릉75)의 삼월 관향(貫鄕)에 도착하니 (廣陵三月到先鄕)천 리에서 찾아온 못난 후손은 한이 유장하네 (千里孱孫感恨長)뽕나무와 가래나무76)는 모두 심어서 우거졌고 (梓桑皆是栽培蔭)천석은 일찍이 지팡이 짚고 걸어 다녔었지 (泉石曾經杖屨行)오늘날 후손 영락한 이 많으니 (雲仍今日多零替)누가 가업을 다시 드날리겠는가 (世業何人更闡揚)성묘하고 다시 하산하는 길을 찾으니 (展墓還尋山下路)더디고 더딘 내 발걸음 무겁기만 하네 (遲遲我步不能輕) 廣陵三月到先鄕。千里孱孫感恨長。梓桑皆是栽培蔭。泉石曾經杖屨行。雲仍今日多零替。世業何人更闡揚。展墓還尋山下路。遲遲我步不能輕。 광릉(廣陵) 경기 광주(廣州)의 이칭이다. 뽕나무와 가래나무 부모가 자손에게 물려주고자 심는 나무들이다. 따라서 고향이나 노부모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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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선배】에게 답함 答金允憙【善培】 세월이 벌써 저물어 가니, 그대를 그리는 마음이 참으로 깊어지네. 이때에 편지를 받아보니 위로가 되는 마음을 어찌 말로 표현하리오. 인하여 부모를 모시면서 건강하다고 하니 더욱 듣기 바라던 바이네. 나는 노쇠함이 더욱 심해져서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다만 제 때에 공부하지 못한 한이 가슴에 더욱 간절하네. 근래 그대의 학업은 아마도 크게 발전하였으리라 여겨지네. 세상의 시비는 모두 생각에 담아두지 말고, 다만 학문 이 일에 우리들은 최선을 다 해야 하네. 더욱 더 노력하여 그대 향하는 마음에 부응하시게나. 歳華迫暮。懐想政勤。際玆惠書入手。區區慰豁。曷勝云喻。因詢侍體萬重。尢叶願聞。義林衰索?甚。有難支吾。只有未逮之恨。交切于中。年來盛業。想益長進矣。世間得失。皆不足掛念。惟有此一事。是吾輩究竟法。益加勉力。以副相向之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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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군 형신234)【대량】의 시에 화운하다 和魏君亨信【大良】 병으로 산문을 닫고 거의 죽은 듯하였는데 (病閉山關幾溘然)남쪽에서 편지와 와서 좋은 소식 전하네 (南來魚鴈好音傳)그대를 보건대 이제부터 시작이라 앞날이 창창하니 (見君發軔前程遠)방황하지 말고 자주 채찍질 하라 (且莫彷徨頻着鞭) 病閉山關幾溘然南來魚鴈好音傳。見君發軔前程遠。且莫彷徨頻着鞭 위군 형신(魏君亨信) 위대량(魏大良, 1884~?)이다. 자는 형신, 호는 계은(桂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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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경235)【회덕】에게 주어 작별하다 贈別梁而敬【會德】 지혜는 덕으로 들어가는 길이고 (知爲入德路)경은 입신하는 토대라네 (敬是立身基)집에 돌아가거든 더욱 노력하여 (歸家加勉力)남은 스승이 없는 것 근심하지 말라 (不患無餘師) 知爲入德路。敬是立身基。歸家加勉力。不患無餘師。 양이경(梁而敬) 양회덕(梁會德, 1874~?)이다. 자는 이경, 호는 용강(龍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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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오공【수화】에게 답함 答松庵吳公【壽華】 인편을 통해 공의 편지를 받고 체후와 일상이 편안하고 복이 있다는 것을 자세히 알았으니, 실로 구구한 이의 마음에 위로가 됩니다. 소생은 신변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외로운 처지에 의지할 곳이 없으며, 게다가 생계를 꾸릴 대책이 없어 이리저리 옮겨 다닙니다. 처지를 생각하니 가소롭고 가련합니다. 오직 친구들이 앞뒤에서 힘써 준 덕분에 지탱해 나갈 수 있었으니, 우선 처한 상황에 따라 대처할 따름입니다. 현윤(賢允 상대방의 아들)은 집안에서 교육을 받아 더욱 진보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벗이 없이 혼자 공부한다면 고루하고 과문(寡聞)할 것이니, 이는 고인이 경계한 것입니다. 이 말을 전해 주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便頭得拜尊函。備審體候茂膺康祉。實副區區。生身事不媚。零丁無聊。加以生理獲落。遷徙無常。撫念情景。可笑可憐。惟有知舊先後之力。得以支拄得過。姑存目前見狀耳。賢允過庭聞業。想益長進。獨學無朋。固陋寡聞此古人所戒。幸以此語示及。未知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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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중【종구】에게 보냄 與盧和仲【鍾杓】 헤어져 멀리 떨어진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한가롭게 지내시는 체후는 다시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움이 갈수록 절실합니다. 아우는 그저 예전처럼 노둔하고 열등할 뿐입니다. 어린 손자가 앓는 병은 지난번에 약을 쓴 뒤로 점차 차도가 있습니다만, 한밤중에는 매번 미열과 미통으로 신음하는 모습을 봅니다. 비록 한 낮에도 미열이 또한 시원스럽게 해소되지는 않습니다만 한밤중에는 약간 더해질 뿐입니다. 이것으로 헤아려서 약 1첩을 지어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근간 혹시 한 번 왕림하실 수는 없는지요? 매번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離遠有日。未審靜居體節。更何如。溯逞旋切。弟僅依鹵劣而已。稚孫所患。向日用藥之後。漸次有效。而但於夜中。每見有微熱微痛呻吟之狀。雖日中。其微熱。亦不快解。但夜中爲稍加耳。以此諒之。製送一貼藥爲望。近問或賜一枉否。每不勝懸望之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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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화【우택】에게 답함 答洪貞和【祐澤】 한 해가 저물어 향모(向慕)하는 정이 간절하였는데 뜻하지 않게 혜서(惠書)를 받들 수 있었으니 감사하고 위로됨을 어찌 견디겠습니까. 삼가 서찰을 통해 부모님을 모시고 지내는 안부가 평안하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윤랑(胤郞 상대방의 아들)이 관례(冠禮)를 치렀다는 소식을 듣고는 매우 위로가 되고 기뻤습니다. 의림(義林)은 노쇠한 나머지 거듭하여 감기를 앓아 베개에 엎드려 신음하느라 견디기 어렵습니다. 내일 고통이 조금 덜해지면 마땅히 일찌감치 세상 구경에 나설 계획입니다.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歲色垂垂。瞻注政勤。料外得承惠書。感慰曷任。謹審侍體衛重。胤郞加體。聞極慰悅。義林衰索之餘。荐患感冒叫苦伏枕。有難支堪。明日所苦梢歇。則當爲趨早觀光計。諒之如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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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금봉에 오르다 登束錦峯 석양녘에 다시 속금봉에 오르니 (夕陽更上束錦峯)곳곳마다 바람과 이내가 나를 감싸네 (到處風煙護我從)오늘 밤 만약 봉우리에 뜬 달을 본다면 (今宵如見峯頭月)각각 옛 벗의 면면을 생각하리라 (各想故人面面容) 夕陽更上束錦峰。到處風烟護我從。今宵如見峯頭月。各想故人面面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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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 조 선생의 적려비56)를 찾다 過靜庵趙先生謫廬碑 천일대57) 높고 죽원58)이 깊으니 (天日臺高竹院深)또 옛터에 남아 있는 비각을 바라보네 (又瞻碑閣故墟臨)선생에게는 불행이지만 우리 고을엔 행운이니 (先生不幸吾州幸)어리석고 완악한 이에게 공경할 바를 알게 하네 (能使愚頑知所欽) 天日臺高竹院深。又瞻碑閣故墟臨。先生不幸吾州幸。能使愚頑知所欽。 적려비(謫廬碑) 기묘사화 때 능주(綾州)로 유배되어 사사된 조광조(趙光祖)를 추모하고자 현종 8년(1667)에 능주 목사였던 민여로(閔汝老)가 세운 조광조 선생 적려유허비(謫廬遺墟碑)를 이른다. 비문은 송시열(宋時烈)이 썼다. 천일대(天日臺) 능주(綾州) 죽수서원(竹樹書院) 서쪽 산기슭에 위치한 바위이다. 죽수서원은 조광조(趙光祖)와 양팽손(梁彭孫, 1488~1545)을 배향한 서원이다. 조광조와 양팽손이 기묘사화에 연좌되어 전라도 능성(綾城)에서 함께 귀양살이하였다. 죽원(竹院) 죽수서원(竹樹書院)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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